조혁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 "1020 게이머에게 한국 문화 소중함 알리는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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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리그오브레전드(LoL) 이용자는 1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에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화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 본사 둔 게임개발사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손잡고
한국 문화재 해외경매땐 자금지원
소장자 설득 3년 만에 '보록' 환수
유적지 보존·탐방 캠프도 진행
조혁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사진)는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라이엇게임즈는 미국에 본사를 둔 게임 개발·서비스 회사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 LoL을 비롯해 전략적 팀 전투, 발로란트 등의 게임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한국 시장 진출 이듬해인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손잡고 올해로 11년째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여섯 번째 환수 문화재 ‘보록’을 공개했다. 보록은 왕과 왕비에게 존호, 시호 등을 올리며 제작한 어보를 보관하는 외함으로 조선 왕실의 정통성과 역사성을 상징한다. 이전에도 석가삼존도, 효명 세자빈 책봉 죽책, 척암선생문집 책판 등의 환수를 지원했다.
조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한국 사회와 플레이어를 위한 사회적 역할을 고민했다”며 “현재의 놀이 문화를 만드는 라이엇게임즈가 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의 이용이 많은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한국 문화의 소중함과 가치를 젊은 세대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얘기다.한국 문화재가 해외 경매에 나올 경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이를 파악하고 전문가를 파견해 검토한다.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거나 빠르게 판단해 재원을 투자해야 할 경우 라이엇게임즈가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외 문화재 환수 활동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언제, 어디서 문화재를 만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시간을 잘 견디고 노력하면 엄청난 자부심과 뿌듯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민관 협력 사례를 참고해 국외 문화재 환수에 발을 들이는 사례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이번에 환수한 보록을 가장 기억에 남는 환수 문화재로 꼽았다. 코로나19로 해외 경매가 줄어들고 전문가 파견이 어려운 상황에서 3년여간 노력해 환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영국의 한 법인이 경매를 통해 구입한 뒤 판매를 진행 중이었다”며 “소장자에게 이 유물이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득한 끝에 인연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환수 외에도 4대 고궁을 비롯해 서울 문묘 및 성균관, 전국 서원, 미국 워싱턴DC의 대한제국공사관 등 문화유적지를 보존 처리했다. 10년간 5300명에 이르는 청소년과 게이머를 대상으로 역사 교실, 문화유적지 탐방 캠프도 열었다.
문화재 후원 프로젝트는 한국팀이 기획하고 준비해 주도하고 있다. 조 대표는 “다른 지역 오피스들도 한국의 사회환원 사업에 관심이 많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각 지역 오피스에 힘을 실어주는 회사 철학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달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 전시회에서 라이엇게임즈가 환수를 지원한 문화재 4점을 만날 수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도 국외 문화재 환수와 청소년 대상 역사 교육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문화재 지킴이 라이엇게임즈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