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OTT] 흑백영화로 탄생한 셰익스피어 비극, 연극 한편 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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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플러스 '맥베스의 비극"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무대 위에 직접 올라가 배우들의 연기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영화 ‘맥베스의 비극’(사진)은 영상과 공연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고전의 고풍스러움과 묵직함을 고스란히 되살리면서도 기존 영상 문법의 틀에서 벗어난 연출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원작의 문어체 살린 대사
지루하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와
세트·소품 최소화 초현실적
지난 1월 공개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다. 이전에도 영화와 공연계에선 명작 ‘맥베스’를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왔다.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빼어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출과 연기, 영상미 등 모든 요소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만든 코언 형제 중 형인 조엘 코언 감독이 단독으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덴젤 워싱턴, 프랜시스 맥도먼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영화는 원작을 충실히 따라간다. 맥베스 장군(덴젤 워싱턴 분)은 어느 날 세 마녀로부터 왕이 될 것이란 예언을 듣게 된다. 이후 그는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왕이 된 후에도 불안과 환상에 시달리며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다. 맥베스를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프랜시스 맥도먼드 분) 역시 그와 함께 탐욕에 빠져 점점 미쳐간다.
작품은 대사부터 일반 영화 대사와 다르다. 원작의 문어체를 고스란히 살렸다. 처음엔 다소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대사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다. 뛰어난 연출력과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덕분에 오히려 대사의 의미를 찬찬히 곱씹어보게 된다. 그리고 점차 언어적 리듬감에 심취하게 된다.
흑백 영화지만, 흑백의 한계를 뛰어넘어 펄떡이는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세트와 소품 등을 최소화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담아 촬영했다. 그러면서도 과감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통해 배우와 시청자가 함께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누군가 살해되는 극적인 장면에선 계단, 문, 창문 등 공간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적극 활용해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영화 속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을 자아낸다. 워싱턴은 예언을 들은 후부터 심한 내적 갈등을 겪으며 탐욕과 불안에 사로잡히는 맥베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맥도먼드는 수많은 문어체 대사로 이뤄진 독백 장면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며 우아하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왕비의 모습을 재현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