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으로 떠오른 '유치원 의무교육'…학부모 "교육 격차 해소에도 도움"

교육부 '만 5세 입학' 간담회
"프랑스도 최근 유치원 의무화"
‘만 5세 초등입학’이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힌 가운데 교육계와 학부모 사이에서 ‘유치원 의무교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그대로 두고, 그 이전의 유아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자는 것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이날 장 차관은 “아동 발달단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입학 나이를 1년 낮춰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하다”며 “정책 폐기는 너무 앞서 나간 것 같고,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2000년대 들어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지능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과 2001년 시행한 한국판 지능검사 결과를 비교할 때 한국 아동·청소년의 지능지수는 11년 사이 9.4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능이 높아졌다고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흥미, 감정, 가치관 등을 고려한 정서적 영역의 교육 목표에 맞는지, 이 시기 아동의 뇌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인지적 내용을 학습하는 게 좋은지를 종합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편방안’ 보고서는 “취학연령 아동들이 과거와 비교해 신체·정신적으로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가 만 5세 취학을 가능하게 할 만큼인지 명확히 밝혀줄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경민 경인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교육의 적절한 시기를 정할 때는 ‘언제부터 가능한가’가 아니라 ‘언제가 가장 적기인가’가 핵심이어야 한다”고 2010년 논문에서 지적했다.전문가와 학부모들은 유아 의무교육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의 의무교육인 초6-중3-고3 앞에 유치원 1년을 추가하는 식이다. 프랑스는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만 3~5세를 대상으로 한 에콜마테르넬(유아학교)을 의무교육에 편입시켰다. 만 4세 아이를 키우는 김정숙 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돌봄과 교육 문제를 해결할 목적이라면 무리하게 입학 연령을 낮출 게 아니라 기존 유치원 제도에서 만 4~5세 의무교육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방안은 교육부가 애초에 ‘만 5세 초등입학’ 정책 목표로 밝힌 공교육 강화를 통한 교육 격차 해소와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에도 맞다. 과거 조사를 보면 학부모와 교육 전문가들이 5세 유아교육을 의무화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그 방안으로 학교 취학 연령을 낮추는 데는 반대했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만 5세 유아 교육을 의무화하는 데는 30~60대 성인의 64.6%가 찬성했다. 2006년 조사에선 유·초·중등 교원, 대학 교원 및 교육 전문가도 91.5%가 동의했다.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낮추는 데는 30~60대 성인은 65%, 교사들은 72.9%가 반대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