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아세안 주요 의제로 부상…외교수장 회동에 '촉각'

전날 외교장관 회의서 우려 표명…"긴장 완화하고 대화에 나서야"
미 국무부 관리 "블링컨, 왕이 만날 계획 없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격화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55회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회원국들은 대만 해협에서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에 우려를 표했다.

아세안 대변인을 맡고 있는 꿍 포악 캄보디아 외교차관은 이같이 전하면서 "우리는 당사자들이 긴장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미국과 중국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모든 당사자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한다"고 말했다.

태국의 타니 상랏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중국을 향해 "최대한 자제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아세안 회의 석상에서 만나 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캄보디아는 오는 5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잇따라 개최한다.

이 행사에는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을 비롯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참석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따로 회동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이번주에 캄보디아에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2일 밤 대만을 전격 방문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해 무력시위에 나서는 등 양국 간에 첨예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왕 부장은 전날 프놈펜에서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한 자는 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펠로시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중국은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며 향후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통일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에서는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가 친중국 성향을 지닌 국가로 분류된다.

이밖에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 회원국 중에 대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지지하는 곳은 없다.

한편 아세안은 전날 외교장관회의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살상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미얀마 군사정부를 비난하면서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평화 합의 준수를 촉구했다.

아세안 의장을 맡고 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만약에 추가로 사형이 집행된다면 합의 이행을 위한 우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미얀마 군정을 압박했다. 사이푸딘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미얀마 군정에 이행을 요구한 평화 합의 5개항을 전면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