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억→2.9억' 반년 새 반토막…세종시 집주인들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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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맷값 2년 전 회귀한 단지 속출세종시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집값은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돌아갔고 전셋값도 작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빠르게 오르다 보니 내릴 때도 급하게 떨어지고 있다"며 "당분간은 조정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셋값 상승분 모두 반납
"규제지역 풀릴까" 촉각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도담동에 있는 '현대힐스테이트(도램마을15단지)' 전용 84㎡는 지난 1일 6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6월 7억3000만원에 직거래가 이뤄진 이후 두 달 만에 8000만원이 급락했다. 작년 1월 기록한 신고가 9억6000만원보단 2억3000만원 급락했다.고운동에 있는 '가락마을6단지(중흥S클래스프라디움)' 전용 59㎡는 지난달 27일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달인 6월 계약한 4억2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내렸다. 올해 신고가 5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단지도 있다. 다정동에 있는 '가온마을4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7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초인 1월만 해도 8억6500만원에 거래됐던 면적대인데 이보다 1억3500만원 내렸다. 2020년 6월 거래된 7억4900만원보다 더 낮아졌다.
나성동에 있는 '도램마을11단지(반도유보라)' 전용 84㎡도 지난달 25일 4억8000만원에 직거래가 성사됐는데, 3월 기록한 7억8000만원보다 3억원 급락한 수준이다. 4억원대 가격은 2020년 1월(4억8000만원)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전셋값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세종시 전셋값은 0.28%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22일) 이후 37주 연속 하락 중이다. 매물이 계속 쌓여가는 데다 공급이 계속되다 보니 거래 심리 위축되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단 설명이다.
새롬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주춤한 이후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는데 기준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요즘은 숨죽인 듯 조용하다"며 "시장 조정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매·전셋값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우리가 왜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어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말 국토교통부는 '2022년 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로 남겨뒀다.정부는 세종시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아 잠재적인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세종시에서 진행된 청약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2월 '도램마을 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는 20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 결과 7만228명이, 3월에 진행한 '가락마을6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엔 52가구 모집에 4만1647가구가, '가락마을7단지 중흥S-클래스 프라디움'은 20가구 모집에 5만6426명이 도전하는 등 수만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세종시 부동산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한 수요자는 "거래도 안 되는 세종이 투기과열지구라는 말도 안 된다"라며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하게 해놓고 경쟁률이 높아 규제 해제가 어렵다는 건 앞뒤가 맞질 않는다"고 했다.
지난 1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연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에 희망을 거는 수요자들도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수요자는 "세종은 규제 지역에서 해제돼야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해제되는 것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한편 세종시는 지난해 집값이 0.68% 내려 전국에서 유일하게 매맷값이 하락한 지역이 됐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누적으로 5.23% 하락했다. 31주 연속 하락세다.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세종시 전셋값은 지난해 8.27% 뛰었는데, 올해 들어선 8.27% 떨어졌다. 작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주택시장 리스크 평가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방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은 세종시로 지목됐다. 주택 공급이 과잉 상태이거나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경험한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보고서에선 기준금리를 한 번에 1%포인트 인상했을 경우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보다 1년 뒤 집값이 최대 0.7%, 2년 뒤에는 최대 2.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