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감 풀어놓은 듯…녹조 점령한 낙동강 수질 '최악'

4번 연속 남조류 세포 수 10만개 초과…곳곳 조류 경보 발령
먹는 물 안전도 '빨간불'…환경단체, 낙동강 전 구간 실태 조사
"녹색 물감 풀어놓은 것 같네."
뙤약볕에 등허리까지 땀이 줄줄 흐르는 4일 낙동강 창녕함안보.
한눈에 봐도 초록빛을 띠는 강변에 접근하자 더위에 찡그린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물비린내와 강 가장자리를 점령한 벌레떼, 짙은 녹조에 절로 탄식이 터졌다.

짙다 못해 탁한 녹조는 강물을 꽉 붙잡은 것처럼 끈적하게 일렁였다.

조류 발생을 막기 위해 가동 중인 수면 교란 장치마저도 녹조에 둘러싸여 있었다.미리 준비한 플라스틱 컵에 강물을 떠봤다.

두꺼운 녹조층에 생각보다 쉽게 강물이 떠지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자 역한 냄새가 훅 느껴졌다.혹시 피부에 닿을까 하는 거부감에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다는 소감을 던진 동료 취재진은 깊은 한숨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폭염과 가뭄 속에 낙동강 수질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7월 4차례 연속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개/㎖) 10만 개를 넘겼다.

7월 14일 13만1천60개, 19일 11만4천62개, 21일 10만9천55개, 25일 14만4천450개를 기록했다.

이어 7월 28일 9만2천41개, 지난 1일 8만8천53개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조류 경보 '경계' 수준의 기준인 1만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칠서 지점은 7월 28일 12만2천369개로 10만개를 넘겼다가 지난 1일 4만4천540개로 줄어들었다.

앞서 7월 11일에도 10만5천871개로 10만개를 초과했다.

조류 경보 발령 지표가 개선된 2016년부터 작년까지 낙동강 상수원 전체에서 남조류 세포 수가 10만개를 넘긴 적은 단 3차례뿐이다.

그러나 올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관할 5개 지점에서만 6차례를 넘겼다.
짙은 녹조에 남조류에 의해 생성되는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우려도 심화했다.

작년 10월 환경운동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낙동강 물로 키운 상추에서 1㎏당 67.9㎍(마이크로그램)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농작물 내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사람 몸무게 1㎏당 하루 0.04㎍)을 적용했을 때 몸무게 30㎏ 초등학생이 하루 상춧잎 3장만 먹어도 WHO 기준을 초과하는 셈이다.

단체는 최근 대구지역 취수원인 매곡, 문산, 고산 정수장의 원수와 정수를 분석한 결과 수돗물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리터당 매곡 0.281㎍, 문산 0.268㎍, 고산 0.226㎍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각각 검출됐다.

단체는 해당 수치가 미국 환경보호국의 아동 허용치인 0.3㎍에 근접한 수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으로 많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녹조 발생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천 유량과 댐 저수율이 낮은 수준에서 수질 오염사고나 녹조 급증 등으로 취수가 중단되는 비상 상황도 우려된다.

환경부는 먹는 물 안전을 위해 각 정수장 활성탄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고도정수시설 운영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대한하천학회·낙동강네트워크·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날부터 6일까지 낙동강 전 구간 현장 조사를 통해 녹조 독소 농도를 분석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