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앤드루스·오거스타…'골프 성지순례' 꿈 아닙니다

Cover Story

유명 골프 대회 직관 패키지 여행

경기 관전하고 명문 골프장서 라운드
체험·관광 결합한 '토털 패키지' 인기
사진=텐아시아
지난 4월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세계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모인 그 골프장 기자실에서 딱 한 번 한국 기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적이 있다. “이병헌이 왔대. 이민정도 같이!”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꽁꽁 싸맨 이병헌과 이민정이 한국에서 비행기로 16시간 떨어진 오거스타내셔널GC까지 날아온 사연은 이렇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이 부부는 평소에 타이거 우즈(47·미국)의 팬이었는데, 2월 교통사고를 당했던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것. 그런데 암표가 1만달러가 넘는 것은 물론 티켓이 이미 동나 구할 수도 없었다. 주변 숙소도 대부분 만실이었다고 한다.이병헌, 이민정 부부가 우즈를 볼 수 있었던 건 ‘마스터스 골프 패키지 여행’ 덕분이었다. 이 상품에는 이병헌, 이민정 부부 및 중견기업 대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패키지 여행 상품을 내놓은 회사 관계자는 “VIP 사이에서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직관(직접 관람)’에 대한 니즈는 꾸준히 있어왔다”며 “골프 대회 ‘직관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체험→관전’으로 옮겨간 골퍼들의 욕구

코로나19 전까지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골프 여행 패키지’는 라운드 후 휴식으로 이어지는 천편일률적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여행사들이 하는 일은 해외에서 제휴된 골프장과 호텔 등을 통해 골프 라운드, 숙소 등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조율해주는 식이다. ‘직관 상품’은 표를 구하기 어려운 유명 골프 대회의 티켓을 구해주는 것은 물론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명문 골프장들을 섭외한다는 점이 다르다. 명문 코스에서 라운드하는 일정을 포함하는 것도 가능해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관전과 체험, 관광이 모두 가능한 ‘토털 패키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실제로 이병헌, 이민정 부부 및 일행은 마스터스 대회 관전 외에도 근처 명문 골프장에서 라운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오거스타내셔널GC 여자 아마추어 대회 장소인 챔피언스리트릿GC, 세이지밸리, 컨트리클럽 오브 더사우스 등이다. 이들 모두 명문 회원제 골프장으로 일반 골퍼는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라운드 외에도 조지아주의 관광명소인 스톤마운틴공원, 코카콜라 팩토리, CNN 스튜디오 등을 둘러보는 일정도 포함돼 있었다.

‘골퍼를 위한 성지순례’ 상품도 인기

‘골프의 고향’으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상품도 인기다. 유명 골프장들을 체험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 ‘디오픈’을 관전하는 것. 여러 유명 매체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골프장의 5분의 1 이상이 스코틀랜드 골프장들이다.

지난달에는 디오픈 150회째를 기념해 ‘골프의 성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으로 불리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대회가 열렸다. 이 상품을 만든 퍼시픽링스는 디오픈 관전은 물론 세인트앤드루스의 올드코스와 캐슬 코스에서 직접 라운드할 수 있는 일정의 상품을 내놔 화제를 모았다. 골퍼들을 위한 ‘성지순례’ 상품이었던 셈.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미국의 페블비치, 오거스타내셔널GC 등과 함께 골퍼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라운드해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꼽히는 코스다. 올드코스는 누구나 예약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지만, 워낙 인기가 높아 추첨을 통해 라운드할 기회를 노려야 하는 곳이다. 당첨 확률은 2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퀘일할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골프대항전 2022 프레지던츠컵을 직관하고 대회가 열린 골프장에서 직접 라운드하는 상품을 준비하는 여행사도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