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고봉 향해 '티샷'…레만호 고성에서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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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골퍼(golfer)라면 누구나,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품고 산다. 초보 땐 원 없이 쳐보는 게 소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이 똬리를 튼다. 골프 여행에 대한 ‘로망’이다. 누군가는 은퇴 후에 페블비치 사이프러스포인트 같은 미국 서부 해안의 명문 골프장들을 섭렵하길 꿈꾸고, 혹자는 세계 100대 골프장을 두루 다녀보길 희망한다.
해외 골프대회 '직관 여행'이 뜬다
꼭 해외가 아니면 어떠하랴. 경기 남부의 3대 명문으로 불리는 해슬리나인브릿지, 트리니티, 웰링턴을 차례로 ‘도장 격파’하는 것도 쉽사리 이루기 힘든 버킷 리스트다. 거제 드비치, 해남 파인비치,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링크스 코스를 모두 경험해 본다면 이 또한 평생 간직할 좋은 얘깃거리다.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골프 여행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무제한 혹은 3색(色). 여행사들은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골프장으로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골퍼들을 실어날랐다.
코로나19로 골프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골프 여행 문화도 바뀌고 있다. 골프 입문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여성 골퍼들은 이전의 ‘아저씨 골프 여행’에 만족하지 못한다. 글로벌 메이저 대회 코스와 인근 여행지를 섭렵하는 신개념 골프 여행이 뜨는 이유다. 얼마 전 폐막한 에비앙 아문디 챔피언십이 열린 스위스만 해도 골프장이 120여 개에 달한다.
차별화된 골프 여행을 원하는 이들은 대회 직관 여행을 떠난다. 이병헌, 이민정 부부가 얼마 전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을 다녀온 사실이 화제가 된 일도 있었다. 최상급 대회와 골프장을 경험한다는 건 골프장 품질에 관한 나만의 기준을 가질 수 있는 더없는 기회다. 마치 좋은 와인을 마셔봐야 중저가 와인의 경중을 가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미국 등 골프 선진국에선 대회 직관 여행이 이미 대세다. 미국 골프 애호가들의 직관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US오픈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마지막 경기를 6월의 세 번째 일요일로 잡았는데 그날은 1년에 한 번인 ‘파더스 데이’다. 아빠들이 아내와 자녀 잔소리를 듣지 않고 마음 놓고 경기를 감상하라는 취지라고 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