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수석직 폐지 후 檢출신이 인사 도맡아…부실검증·지연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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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검증 분리시스템 작동 안해윤석열 대통령은 옛 청와대(현 대통령실)의 사정·인사 기능 집중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사수석직을 폐지하고 대통령실의 인사 기능도 축소시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이 주요 인사 관련 요직을 독식한 결과 인사 검증 기능은 오히려 약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악화하면서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의 인사 검증은 더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내각의 1급 이상 고위직 등에 대한 인선은 대통령실 내 설치된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이진복 정무수석,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담당 부처 수석비서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새 정부 인사시스템이 과거 정부와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인사수석직을 폐지하면서 검증과 사정 업무를 대통령실에서 떼어냈다는 점이다. 인사 추천 기능은 대통령실에 남기면서 검증 업무는 법무부 내 신설된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겼다. 추천과 검증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을 따른 조치다.
하지만 이렇게 개편된 시스템이 당초 의도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검찰 출신 인사들이 인사 업무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우선 복 기획관과 이 비서관 등 인사위원회 핵심 멤버가 검찰 출신이다. 인사 검증 업무를 관할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이다. 대선 당시 인사에 관여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각 당과 내각에 포진하면서 검찰 영향력이 더 커졌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에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식구들이 인사 추천과 검증을 대부분 맡다 보니 외부 여론과 비판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에게 인사 업무의 상당한 재량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 검찰 인사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지만, 사회 곳곳에 포진한 인재를 두루 찾기 위한 취지도 있다. 하지만 김 실장도 경제부처 주요 보직 외엔 적극적인 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