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론 전통시장 못 살려"

첫 규제심판회의서 의견 청취

"소상공인 위해 규제 유지" 반론도
영업제한 개선 놓고 찬반 맞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윤석열 정부 규제심판회의 ‘1호 안건’으로 상정됐다. 오전 0~10시 영업금지와 월 2회 휴일 의무휴업 조항 등 영업규제 개선 여부를 두고 찬반 양측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국무조정실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규제심판회의에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대한 의견 청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5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대형마트 측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와 소상공인 측 입장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이해관계자의 찬반 의견을 들었다.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자들도 회의에 참석해 입장을 전달했다.전경련과 체인스토어협회는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전통시장 이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인위적인 영업규제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해 전통시장 이용을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2013년에는 규제가 확대돼 월 2회 휴일 의무휴업이 강제됐다. 하지만 규제 도입 초기부터 대형마트 영업 제한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이용객이 늘지 않아 규제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히려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가 입점한 경우 전통시장 이용객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완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를 비롯한 국민제안 10건을 선정해 온라인 투표를 시행했다. 득표 상위 3건의 제안을 골라 실제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안건이 1위를 기록했는데도 투표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를 이유로 투표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대신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문제를 규제심판회의에 올렸다.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 등을 고려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이룰 때까지 회의를 계속할 계획이다. 5~18일에는 규제정보포털에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온라인 토론도 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