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되면 10억 로또, 안 하면 바보"…7800여명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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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자이' 무순위 청약 결과당첨되면 10억원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경기도 과천 '줍줍'(무순위 청약)에 7000명이 넘는 실수요자가 몰렸다. 실거주 의무가 없어 당첨되면 전세로 잔금을 치를 수 있어 과천 내 무주택자 사이에선 "일단 넣고 생각해보자"는 분위기가 퍼졌다.
이틀간 7800여명 통장 던져
위장전입 의심 사례 등 시장 과열
향후 '줍줍' 100여가구 더 나와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해 지은 '과천자이'는 전날 10가구를 공급하는 무순위 청약에 7579명이 도전해 평균 경쟁률 757.9대 1을 기록했다. 물량이 각각 3가구로 가장 많았던 전용 59㎡A와 전용 59㎡G에 2517명, 2069명이 몰렸다. 전용 84㎡B에도 1832명이 도전했다. 지난 3일 진행한 2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 특별공급에선 총 230명이 청약했다. 이틀간 청약한 과천 무주택자는 8000명에 달한다.이 단지 무순위 청약이 흥행한 것은 시세 차익이 기대돼서다. 전용 59㎡ 분양가는 8억2181만~9억2052만원, 전용 84㎡ 분양가는 9억8224만원이다. 지난달 16일 전용 84㎡는 20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10억6700만원 차이로 10억원 넘는 차익이 기대된다.
실거주 의무가 없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를 수 있단 얘기다.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만 하면 즉시 매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으로 지목된다.과천 무순위 청약 열기가 식지 않았다는 점은 청약자 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번 '과천자이'를 분양받기 위해 청약한 실수요자는 7800여명, 불과 석 달 전 '과천 위버필드' 무순위 청약에 몰렸던 수요자는 8531명이다. 무순위 청약이 해당 지역에 있는 무주택자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청약자 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임에도 전체 청약자 수는 생각보다 줄어들지 않았다"며 "여전히 무순위 청약에 관심이 있는 수요자가 많단 의미"라고 했다.
'과천자이' 당첨자 발표는 오는 9일이며 계약일은 17일이다. 계약금은 분양가의 20%로, 나머지 잔금 80%는 실입주일(올해 10월 중) 전에 완납해야 한다.
과천 일대 청약시장은 과열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과천시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최근 몇개월 사이 다가구·다세대 주택 지하방, 월세방 등 인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주소를 옮길 수 있는 집들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창고를 찾는 문의도 있다.별양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에서 부정 청약 등으로 취소된 물량이 풀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이후부터 보증금이 없거나, 보증금이 아주 적고 이사를 바로 할 수 있는 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늘었다"고 했다. 과천으로 주소만 옮겨 놓고 청약을 노리려는 경우다.
당분간 과천 청약시장 과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순위 청약으로 100여가구 이상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어서다. 경기도특별사업경찰단에 따르면 부정청약 등을 적발해 계약 취소를 통보한 과천지식정보타운 가구수는 총 176개다. 단지별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36가구)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36가구), 과천 르센토 데시앙(28가구),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36가구), 과천 제이드자이(40가구)다.한편 '줍줍'은 매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368가구를 모집하는 무순위 청약(전국 기준)에 8만1214건이 몰렸는데, 작년 하반기엔 6082가구 모집에 45만8629명이 도전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6804가구에 31만1998명이 몰려 30만명이 넘는 수요자가 도전하고 있다.
무순위 청약은 부정 청약 등 사유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절차다. 이전에는 성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지만 작년 5월 관련 규정이 강화돼 무주택자만 청약할 수 있다. 무주택기간이 짧거나 부양가족이 적은 실수요자도 당첨을 기대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