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개미 울리는 '고의 상폐'…최대주주는 뒤에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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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고의 상폐로 내부 부정 감추기
기업사냥꾼 놀이터로…자산 빼먹기도
잦은 대주주 변경과 이의 신청 여부 살펴야"소액주주들만 울리고 대주주는 뒤에서 미소 짓게 하는 상장폐지가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상장폐지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소액주주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주식의 '환금성'인데,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은 환금성이 없어지므로 회사의 재무 상태나 수익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사실상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 현금화가 안 되면 아무리 높은 가치를 가지더라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상장사가 증시에서 퇴출당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사 프리미엄이 사라질 뿐, 보유 중인 자산이나 영업에 대해선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일부 상장사의 대주주나 실질적 사주가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고의 상폐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상폐 후 자산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 회생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는 "고의 상폐의 경우 회사의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외부의 관섭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싶을 때 주로 활용된다"며 "고의 상폐된 기업의 경우 내부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상폐된 시점에서 내부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 외부 개입이 힘든 비상장사의 경우 회사 장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자금의 용도나 행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A씨는 "과거 고의 상폐를 원하던 대주주 측의 의뢰로 소액주주들과 소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며 "의결권 지분이 대주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액주주들이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상폐된다고 해서 주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주주나 실질적 사주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서 "심지어 회사 내부 자산을 마음대로 팔아치우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씨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경우 상폐 후에도 유형자산인 공장 부지와 현금 등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가지지 않은 누군가가 이를 부당하게 팔아 사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알짜 상폐 기업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투자자들이 이런 고의 상폐 기업들을 피하기 위해선 몇 가지 징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 상폐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대 주주 등 경영권 변동이 잦고 목적사업이 수시로 변경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경영권 변동'이다. 상폐 기업들은 경영권 변동이 잦았고, 횡령 등에 대한 내부통제가 미흡했다. 잦은 최대 주주 교체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어렵게 한다. 이는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최대 주주 변경과 함께 신사업이나 타법인 인수가 함께 진행될 경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본업이 위태로운 상태라면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은 '꿀 발린 독'이 될 수 있다.
A씨는 "신사업이나 타법인 인수는 상장사 입장에선 정체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이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면서 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후 고의 상폐를 통해 회사 장부를 숨겨, 자금 이용 내역을 감춘다"고 말했다.
📂고의 상폐, 나름 전문가 있다? feat. 코스닥 M&A업계 관계자 B씨
▶B씨: 상장폐지 시장에서도 대주주들을 위한 '고의 상폐꾼'이 존재해,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 부정을 저지르는 경영진과 협력해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뒤 회사를 망가트리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지.
▷기자: 일부러 회사를 망가트린다고?
▶B씨: 이런 상폐꾼들은 회사가 자연스럽게 개선기간을 거쳐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만들지, 문제는 상폐 된 뒤 언론 보도나 소액주주들의 단합이 없다면 시장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점이야.
▷기자: 소액주주들이 추후에 고의 상폐나 부정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B씨: 법정 소송으로 가는 거지, 근데 소송에서 회사 측을 이기기 힘들어. 왜냐하면 상폐된 기업의 경우 의결권 지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심지어 고의 상폐 방법이 아니더라도 아는 시장 관계자에게 회사를 싸게 또는 이면 계약으로 넘겨 부정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
▷기자: 투자자들이 사전에 고의 상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B씨: 음...사실 내부자 고발 없이는 알기 힘들지. 근데 만약에 거래소로부터 상폐 결정이 난 뒤 회사 측이 상폐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의심해볼 필요는 있어.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고의 상폐로 내부 부정 감추기
기업사냥꾼 놀이터로…자산 빼먹기도
잦은 대주주 변경과 이의 신청 여부 살펴야"소액주주들만 울리고 대주주는 뒤에서 미소 짓게 하는 상장폐지가 있습니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상장폐지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소액주주들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주식의 '환금성'인데,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은 환금성이 없어지므로 회사의 재무 상태나 수익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사실상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 현금화가 안 되면 아무리 높은 가치를 가지더라도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상장사가 증시에서 퇴출당한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장사 프리미엄이 사라질 뿐, 보유 중인 자산이나 영업에 대해선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문제는 일부 상장사의 대주주나 실질적 사주가 제도상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회계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회사를 고의 상폐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상폐 후 자산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법인 회생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인 A씨는 "고의 상폐의 경우 회사의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외부의 관섭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싶을 때 주로 활용된다"며 "고의 상폐된 기업의 경우 내부 관계자가 아니고서는 상폐된 시점에서 내부 자금이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 외부 개입이 힘든 비상장사의 경우 회사 장부를 확인하지 못하면 자금의 용도나 행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A씨는 "과거 고의 상폐를 원하던 대주주 측의 의뢰로 소액주주들과 소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며 "의결권 지분이 대주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액주주들이 회사 내부를 들여다보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상폐된다고 해서 주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대주주나 실질적 사주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면서 "심지어 회사 내부 자산을 마음대로 팔아치우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씨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경우 상폐 후에도 유형자산인 공장 부지와 현금 등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정당한 권리를 가지지 않은 누군가가 이를 부당하게 팔아 사익을 챙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알짜 상폐 기업의 경우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투자자들이 이런 고의 상폐 기업들을 피하기 위해선 몇 가지 징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 상폐된 종목들을 살펴보면 최대 주주 등 경영권 변동이 잦고 목적사업이 수시로 변경되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경영권 변동'이다. 상폐 기업들은 경영권 변동이 잦았고, 횡령 등에 대한 내부통제가 미흡했다. 잦은 최대 주주 교체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어렵게 한다. 이는 경영환경이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최대 주주 변경과 함께 신사업이나 타법인 인수가 함께 진행될 경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본업이 위태로운 상태라면 신사업이나 인수·합병(M&A)은 '꿀 발린 독'이 될 수 있다.
A씨는 "신사업이나 타법인 인수는 상장사 입장에선 정체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며 "이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면서 유상증자 등의 자금조달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후 고의 상폐를 통해 회사 장부를 숨겨, 자금 이용 내역을 감춘다"고 말했다.
📂고의 상폐, 나름 전문가 있다? feat. 코스닥 M&A업계 관계자 B씨
▶B씨: 상장폐지 시장에서도 대주주들을 위한 '고의 상폐꾼'이 존재해, 나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 부정을 저지르는 경영진과 협력해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뒤 회사를 망가트리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지.
▷기자: 일부러 회사를 망가트린다고?
▶B씨: 이런 상폐꾼들은 회사가 자연스럽게 개선기간을 거쳐 결국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만들지, 문제는 상폐 된 뒤 언론 보도나 소액주주들의 단합이 없다면 시장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점이야.
▷기자: 소액주주들이 추후에 고의 상폐나 부정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B씨: 법정 소송으로 가는 거지, 근데 소송에서 회사 측을 이기기 힘들어. 왜냐하면 상폐된 기업의 경우 의결권 지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심지어 고의 상폐 방법이 아니더라도 아는 시장 관계자에게 회사를 싸게 또는 이면 계약으로 넘겨 부정을 숨기는 경우도 있어.
▷기자: 투자자들이 사전에 고의 상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B씨: 음...사실 내부자 고발 없이는 알기 힘들지. 근데 만약에 거래소로부터 상폐 결정이 난 뒤 회사 측이 상폐 사유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다면 의심해볼 필요는 있어.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