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4층 빌딩 화재로 5명 사망·44명 부상…인명 수색 종료(종합3보)

사망자 60∼80대 환자 및 50대 간호사…고령·투석으로 피해 커진 듯
발화 지점 3층 스크린골프장 철거 작업 진행…경찰, 수사본부 편성

5일 경기 이천에서 투석 전문 병원 등이 소재한 4층짜리 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44명이 부상했다. 화재 당시 건물 내 비상벨 등 소방설비는 정상 작동했으나, 건물 최상층인 4층 병원에 투석 중이던 환자가 다수 있어서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려 화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엄중히 처벌할 계획이다.
◇ 화재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연기 4층 병원으로 확산
불은 이날 오전 10시 17분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3층의 폐업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서는 근로자 3명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천장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자체적으로 진화를 시도하려다가 되지 않자 대피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이후 불길이 위층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연기가 발생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로 인해 4층에 소재한 투석 전문 병원인 열린병원에서 인명피해가 컸다.

당시 병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건물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 불로 5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자로 분류됐다.

부상자 다수는 병원에 있던 환자이지만, 1∼3층에서도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다친 사람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1∼3층에는 발화 지점인 스크린골프장을 비롯해 음식점과 사무실, 한의원, 당구장 등이 있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 31분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 소방인력 110명과 장비 40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1시간 10여 분 만인 오전 11시 29분 진화 작업을 완료했다.
◇ 병원에 거동불편·투석 환자 많아 피해 커져
화재 발생 직후 건물 내 비상벨이 울렸고, 최초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옥내 소화전을 사용하는 등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짙은 연기가 건물 내 통로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고, 이 때문에 당시 병원에 있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피해가 컸다.

병원은 칸막이가 없어 병원 전체가 개방된 구조로, 사망자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사망자는 60대 남성, 70대 여성, 80대 남성 2명 등 환자 4명과 50대 여성 간호사 1명이다.

이들은 이천의료원에 안치됐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소방대원 진입 당시 간호사들은 환자 옆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며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석 환자를 위한 조처를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숨진 간호사도 투석 중인 환자들을 돌보느라 미처 대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취재진이 만난 병원 관계자는 "투석기는 작동 도중에 빠지지 않아 팔목에 연결된 관을 가위로 잘라 환자들을 대피시켰다"며 "거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부축을 받았으나 변을 당하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 경찰, 70명 규모 전담수사팀 편성…합동 감식 돌입
경찰은 오후 3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등과 함께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

앞서 소방당국이 완진 후 5차례에 걸친 인명 검색을 마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경찰은 7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 화재 원인 및 안전관리 전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이천시는 20명 규모의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대응, 이재민 지원, 수습 등에 나섰다. 현장을 찾은 김동연 경기지사는 "신속히 화재를 진압하고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해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