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호텔제국' 힐튼의 교훈…"샤워 커튼 같은 사소한 차이가 성패 갈라"

탁월한 기업의 조건

톰 피터스 지음
김미정 옮김 / 한국경제신문
360쪽│1만9000원

'현대경영의 창시자' 톰 피터스
2500회 강연한 '경영론' 정수 담아내
"경영에선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중요
탁월한 기업은 사람·관계·문화 등
소프트한 요소들이 만들어낸다"

코로나·AI 공세에 직원 투자 줄인다?
직원과 혁신에 대해 투자하는 기업들
평균 매출 47%, 순이익은 36% 높아
‘호텔 왕’ 콘래드 힐튼이 말년에 한 TV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진행자가 힐튼에게 “호텔 제국을 건설하면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힐튼은 잠시 침묵한 뒤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샤워 커튼을 욕조 안으로 넣는 걸 잊지 마세요.”

관광지와 가깝고 인테리어가 훌륭한 호텔은 한둘이 아니다. 당신이 호텔 경영자라면 무엇으로 길 건너 호텔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객이 호텔을 재방문하고 친구에게 추천하게 하는 것은 매번 욕조 안으로 정리돼 있는 샤워 커튼, 곰팡이나 물기를 찾아볼 수 없이 매끈한 화장실 바닥 타일 같은 사소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불리는 ‘경영 구루’ 톰 피터스(사진)는 신간 <탁월한 기업의 조건>에서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은 것, 경영의 디테일은 경영자의 책상 위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고, 실행은 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피터스는 묻는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샤워 커튼 정리 담당자’에 해당하는 직원에게 얼마나 시간을 썼는가?”

그는 이 책에 ‘피터스 경영론’의 정수를 담았다. 그간 63개국에서 2500회 넘게 진행한 강연과 저서 18권을 집대성했다. 피터스는 “이 책은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요약이고 나의 마지막 노력, 나의 최선이 담긴 책”이라며 “지금 바로 읽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제목에 담긴 ‘탁월함(excellence)’은 피터스가 1977년 출간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초우량 기업의 조건> 이후 40년 넘게 강조해온 경영의 핵심이다. 탁월한 리더십이란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비결이다. 이런 탁월함을 만드는 것은 사람, 관계, 문화 등 소프트한 요소(soft stuff)라고 피터스는 거듭 강조한다. 수치, 계획, 조직도 같은 확실한 사실(hard facts)보다 소프트한 요소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인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조언도 담았다. 코로나19와 인공지능(AI)의 공세 속에서 직원에 대한 투자는 경영자 입장에서 제일 먼저 줄이고 싶은 비용처럼 보인다. 피터스는 도미니크 바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를 반박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직원과 혁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매출이 47%, 평균 순이익은 36% 높았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평균 132%나 컸다.

거대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만 읽으라고 쓴 책은 아니다. 피터스는 “인력과 혁신에 투자하는 장기 성과주의 관점은 직원이 9명인 지역 배관 서비스 회사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책에 담긴 조언을 확장하거나 관점만 달리하면 평범한 회사원이나 구직자도 새겨들을 만한 조언을 건질 수 있다. 예컨대 “하드한 요소는 약하고 소프트한 요소는 강하다”는 메시지는 회사원 입장에서는 ‘단기 성과에 울고 웃기보다는 자기 발전, 혁신을 위한 중장기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뜻이다.책은 쉽게 읽힌다. 간결하게 쓴 데다 몇 가지 주요 메시지를 다양한 예시를 통해 반복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각 장마다 ‘실천 사항’을 달아 ‘돌직구 조언’을 던진다. “인성이 좋은 사람을 채용하라” “기업의 성격과 상관없이 인문학을 전공한 입사 지원자를 찾아라”고 말하는 식이다. 스콧 하틀리의 <인문학 이펙트>, 조지 앤더스의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 등 참고할 책의 목록도 제시한다. 피터스는 “여러분은 책의 인용문들을 단숨에 읽어버릴 수도 있다”며 “하지만 나의 허황한 희망은 여러분이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또는 경력을 쌓아가는 내내 이 소견과 처방을 정말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