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준강남'…하남 집값 수억씩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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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미사·감일 신축 '휘청'
8월, 38개월 만에 최대 낙폭
위례 147㎡ 한달새 2억원 '뚝'
급매물 아니면 문의조차 없어
교산 3.2만 가구 공급도 예정
"지하철 연장 호재는 선반영
물량 폭탄에 하향 안정 가능성"

◆집값 낙폭 커지는 하남시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1일 기준) 하남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0.13% 하락했다. 전주(-0.09%)보다 하락 폭이 커지면서 2019년 6월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 들어 누적 변동률은 -1.68%로, 성남시(0.08%), 과천시(-1.44%) 등 다른 ‘준(準)강남권’ 지역보다 약세를 보이고 있다.특히 2013년부터 입주한 신도시 아파트가 집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하남시는 위례신도시(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시 지역 포함), 미사강변도시, 감일지구 등 신도시와 원도심(덕풍동, 신장동)으로 나뉘어 있다.
송파구와 인접해 ‘신(新)송파’로 불리는 감일지구 신축 아파트값도 내림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감이동 한라비발디 전용 84㎡는 지난달 10억6000만원에 팔려 이전 최고가(12억6000만원, 2021년 9월)보다 2억원 하락했다. 미사강변도시에선 망월동 미사강변골든센트로 전용 59㎡가 작년 10월 최고가(9억75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내린 8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중도금 대출 기준’인 9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강남 수요 대체 어려워”
하남시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 시행 이후 매물이 쌓이고 거래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아직 신고 기간(8월 31일)이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지난달 하남시 아파트 거래량은 전달(57건)의 3분의 1 수준인 20건에 불과하다.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약 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지난 4일 학암동 위례포레자이 무순위 청약에는 1가구 모집에 4030명이 신청했다. 작년 7월 같은 아파트의 1가구 무순위 청약에 8675명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반토막 수준이다.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준강남권이라지만 여전히 교통과 학군 등 인프라가 부족해 강남 수요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교통 호재도 선반영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금리 상승 등 대외 환경이 나빠질수록 집값 되돌림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남시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이 지난해 창우동 하남검단산역까지 연장 개통된 데 이어 감일지구와 교산신도시를 관통하는 지하철 3호선 연장선, 미사강변도시를 지나는 지하철 9호선 연장선,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 중심부를 잇는 경전철 위례신사선 개발을 앞두고 있다.전문가들은 2027년부터 3기 신도시인 교산신도시에서 신축 아파트가 대량 공급될 예정이어서 하남시 집값이 전반적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000년대 중반 급등하던 성남시 분당신도시 아파트값이 인근 판교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2009년부터 꺾인 것과 비슷한 현상이 하남시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