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기업형 벤처캐피털' 출범…스타트업에 4000억 투자한다

'오너 4세' 대주주인 VC 사들여
문화·플랫폼 등 신성장동력 키워
CJ㈜가 벤처캐피털(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로 흡수한다. 이재현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지주회사 외부에 있던 VC를 자회사로 편입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계획이다.

CJ는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를 221억원에 인수해 CVC로 전환한다고 5일 공시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CJ그룹의 비상장 부동산 개발 계열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최대주주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지분율 51%)다. 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도 24%를 보유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2011년 씨앤아이레저산업에 매각됐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CVC 보유가 허용되자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가 CJ그룹의 정식 계열사로 재출범하게 된 것이다.사명은 CJ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한다. CJ 관계자는 “CJ그룹의 정식 계열사이자 CVC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전문 투자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CJ인베스트먼트를 통해 5년간 4000억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 이 회장이 강조한 4대 미래 성장엔진(문화, 플랫폼, 건강,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액셀러레이팅(창업 기획) 기능을 확대하고, 각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사내 스타트업도 지원할 방침이다. CJ는 “CJ인베스트먼트는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육성해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업계 최고 VC로 도약할 것”이라며 “그룹 사업모델 혁신을 이끄는 핵심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금융투자업계는 CJ가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함에 따라 오너 개인회사와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 연결고리’를 잘라낸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로 상당액을 손에 쥐게 된 이선호·이경후 남매가 이 자금을 증여세 재원의 일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이 회장으로부터 2019년 CJ 신형 우선주 184만여 주를 증여받은 바 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 순이익 31억원을 올렸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4117억원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