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 감소"…잘나가던 車도 급브레이크
입력
수정
지면A3
글로벌 자동차 수요 급감그동안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에 따른 대기 수요로 예외적 호황을 누려온 자동차 시장에서마저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들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나치게 오른 차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원재료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수요 감소가 본격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판매 15%↓·美 중고차값↓
"가격 올려 수익성 방어 한계"
포드, 판매촉진비 부활 검토
현대차·기아도 영향 불가피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전체 신차 판매량 전망치를 7000만 대 중후반으로 수정했다. 연초만 해도 지난해 7640만대에서 7.3% 증가한 8200만 대로 올해 총수요를 예상했지만 반년 만에 지난해 수준으로 다시 낮췄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급등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수요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판매 예상치를 2750만 대에서 최근 2700만 대로 수정했다. 7월 유럽 신차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15.4% 감소해 1996년 이후 가장 적었다.
미국에서는 신차 가격 및 수요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현지 맨하임 중고차지수는 신차 공급 부족에 따라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1월 236.3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자 7월 221.5로 한풀 꺾였다.
1분기만 해도 “수요는 견조하다”고 자신했던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피크아웃(고점 통과)을 예견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자주 내고 있다.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유럽에서 신규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고, 폭스바겐도 “앞으로 몇 달 주문량은 꽉 차 있지만 유럽과 북미에서 점차 수요 감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역사상 가장 낮은 재고, 가장 긴 출고 대기를 이용해 차 가격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냈던 완성차 업체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가격 인상이 판매량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를루스 타바르스 스텔란티스 CEO는 최근 “자동차 가격 인상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해 폐지한 할인판매 정책과 딜러사 판매촉진비(인센티브)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5일 “향후 18개월간 완만한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각각 120만 대, 110만 대의 글로벌 백오더(대기 수요)를 갖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도 글로벌 수요 감소의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자동차 수요가 피크아웃이냐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현대차·기아 주가 또한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형규/박한신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