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넷마블, 스핀엑스 투자금 1년 만에 일부 회수…대출금 때문?

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넷마블 자금력 우려 제기…"대출 상환일뿐"
환율 급등에 실적 부진까지, 스핀엑스 후유증?👀주목할 만한 공시

"넷마블은 종속회사 스핀엑스에 대해 유상감자(주식소각)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 사유는 출자금 일부 회수 목적이며, 총 2억1000만주를 유상감자한다. 스핀엑스 총발행주식 3억6900만1주 중 56.91%를 소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자 후 자본금은 기존 약 4820억원에서 2077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넷마블이 스핀엑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상감자로 인한 지분율 변동은 없다."

스핀엑스 인수 1년 만에 유상감자…무슨일?

넷마블이 100% 자회사이자 글로벌 모바일 소셜카지노 업체인 스핀엑스에 대한 출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작년 국내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단행한 지 1년 만에 회수 조치이다. 일각에선 최근 실적 부진 속 무리한 인수 비용이 후유증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스핀엑스 투자금에 대한 회수방식은 유상감자다. 회사의 자본을 줄여 주주에게 돈을 돌려주는 유상감자는 흔히 쓰이는 투자금 회수 방법이다. 넷마블은 스핀엑스 1주당 1306원의 환율을 적용, 총 2억1000만주(2743억4400만원)를 회수했다.

넷마블은 작년 8월 스핀엑스 지분 100%를 21억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인수 금액만 2조5000억원에 달했다. 넷마블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44.5%에 해당하는 규모다.당시 넷마블은 인수 대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넷마블은 KEB하나은행 등 7개 은행으로부터 14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실제 작년 말과 대출 잔액은 같지만, 환율 급등으로 원화 환산 금액이 대폭 늘어났다. 올해 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다. 작년 8월 기준 1조6000억원대이던 달러화 대출 잔액은 현재 1조8000억원대까지 급등했다.

투자금 다시 회수할 만큼 인수 효과봤나

넷마블이 지난 1분기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6315억원, 영업손실 119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518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스핀엑스가 캐시카우가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넷마블 영업이익률을 의미 있게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다. 더군다나 스핀엑스 실적까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스핀엑스(지주사 레오나르도 인터랙티브 홀딩스) 실적을 보면 순이익이 407억원이 올 1분기 31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NICE신용평가(나신평)도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재무 안정성이 현재 신용등급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나신평은 넷마블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낮추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서울 구로구 넷마블게임즈 본사. /사진=한경DB
작년 4분기 이후 인수 완료된 스핀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로 영업 이익 개선이 예상됐음에도 올해 1분기 1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점을 고려했을 때 스핀엑스의 실적을 제외한 기존 회사 사업 부문의 실적 저하 폭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송영진 나신평 연구원은 "스핀엑스 인수 이후 차입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며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현재 신용등급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스핀엑스 인수 자금의 20%가 인수 이후 4년에 걸쳐 지급되는 점, 2025년까지 과천 신사옥(지타운) 건설에 따른 자금 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저하된 수준의 현금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때를 잘못 만난 기업에는 M&A가 기회가 아닌 '독배'가 될 수 있다"면서 "잘못된 M&A는 인수 기업을 흔들 정도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이 스핀엑스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다시 투자금을 돌려받는 일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이와 관련해 넷마블은 시장이 우려하는 자금 부족 우려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세금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유상감자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것일 뿐, 자금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