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입증한 이재명…초비상 걸린 '97주자' 반전카드는

'74% 압승' 李 독주체제 구축, '확대명' 현실화?…李 "기대보다 많은 지지"
'대세론의 벽' 실감 박용진·강훈식…단일화 불씨 살릴까, 실효성 의문도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6일 첫 경선지인 강원·대구·경북에서 74.8%에 달하는 권리당원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승을 거뒀다.

2위 박용진 후보(20.3%)와의 격차는 무려 54.5%포인트로,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을 입증한 셈이다. 이 후보조차 경선 직후 취재진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세대교체론을 들고나온 '97(90년대 학번·70년대생) 그룹'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이재명 대세론'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뾰족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97주자들 간 후보 단일화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다만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이 후보의 독주 체제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순회경선 첫날 결과는 '어대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세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확대명'(확실히 당 대표는 이재명)을 향한 이 후보의 독주 체제가 초반부터 굳어지는 모양새다. 대세론의 파워를 입증한 이 후보는 '민생·통합'을 앞세운 선거 캠페인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97그룹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약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이들의 견제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는 '로우키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이 '(다른 후보들이) 계양을 셀프공천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고 질문하자 "정당은 다양성을 본질로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상대 후보의 공격을 '다양성'으로 규정하고 직접 대응은 삼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캠프'의 한민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박용진·강훈식 후보를 향해 "당의 비전과 통합을 위해 품격있는 연설을 보여줬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에는 바짝 날을 세우며 '대안 야당'의 당수 이미지를 강조하고, 아울러 여권발 '사법 리스크'에도 더욱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원과 대구, 경북의 예상 득표율은 60%대였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대세론을 눈으로 확인한 이상 더 침착하게 '이재명 당 대표'의 당위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총 15차례 지역순회 경선 가운데 고작 1차 경선만 치른 데다 강원과 전통적 험지인 대구·경북 권리당원 규모가 타지역보다 크게 적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권리당원 총 110만명 가운데 이들 3개 지역 권리당원은 약 4만7천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선거인단 비중 30%에 달하는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25%)는 경선 막판에 실시되기 때문에 지역순회 경선만으로 표심 향방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당내에서는 조직표가 작용하는 대의원 투표에서만큼은 이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일단 이날 첫 성적표를 받아든 박용진·강훈식 후보로선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상보다 큰 격차를 확인한 만큼 선거 슬로건과 메시지를 비롯해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는 위기감마저 엿보인다.

박 후보는 경선 직후 취재진과 만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일방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대의원 투표나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추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이 후보의 1차 경선 압승은) 저도 예측했던 결과"라며 "(제 지지율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이렇듯 입을 모아 추격을 다짐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마땅한 반전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날 경선 결과만 보더라도 이 후보에 대한 '사법 리스크 공세' 등이 판을 흔드는 데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97 주자들 간 단일화 논의가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2위를 한 박 후보와 3위 강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컸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강 후보를 향해 강한 단일화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박 후보는 이날 '단일화 이야기를 더 해보겠느냐'는 질문에 "(강 후보의 대답을) 기다리는 중이다.

단일화를 향한 당원과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늘 확인한 표심을 통해 저나 강 후보 모두 더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경선 투표가 시작됐다는 점, 강 후보가 여전히 '유보'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단일화 불씨가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강원과 대구·경북은 물론 7일 공개될 제주와 인천의 권리당원 투표까지 종료된 터라 당장 단일화를 하더라도 '양보 후보'에 던져진 표는 모두 사표 처리돼 결국 이 후보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2·3위 표를 합쳐도 1위와 격차가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 단일화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당선자를 바꾸기 어렵다면 굳이 낙마 위험을 무릅쓴 단일화를 하기보다는 완주를 하는게 박 후보나 강 후보로서도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