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녀 우선 채용"…고용세습 단협 63건 적발

100인 이상 사업장 단체협약 1057개 조사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 방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회사는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정년 퇴직자와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돼 있다. 신규 채용 시에는 사원의 자녀 1명을 우선 채용하게 돼 있다.

B 회사는 재직 중인 직원 자녀와 직원이 추천하는 사람에 대해 채용 전형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신규 채용 때도 정년 퇴직자의 요청이 있다면 특별 가산점을 부여한다.
고용노동부는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한 결과, 63개의 단체협약에서 위법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조사 결과 확인된 위법 유형은 △정년 퇴직자·장기근속자·업무 외 상병자직원의 직계가족 채용(58건) △노조 또는 직원 추천자 채용(5건)이다.

다만 산재 사망자 유족에 대한 특별채용 조항은 2020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효로 판단됨에 따라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체협약을 상급 단체별로 구분한 결과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이 68.3%(43개)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노총 사업장은 18개, 상급단체 미가입 사업장은 2개였다. 규모별로는 300명 미만 사업장이 47.6%(30개)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300~999명 사업장이 21개, 1000명 이상 사업장 12개였다.노사가 합의해서 체결한 단체협약이라 해도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 제3항 및 제93조 제2호에 따라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시정조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른 것이다. 윤 정부는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고 공정한 채용 기회를 보장받게 하겠다며 불공정 단체협약을 시정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바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고용세습 조항’은 구직자와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좌절케 하는 불공정한 행위”라며 “위법한 단체협약이 확인되면 시정명령 등을 통해 채용기회의 공정성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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