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집 '김치 추가' 1만1천원…배추·상춧값 급등에 서민들 시름

칼국수·반찬가게도 가격 올리거나 양 줄여…자영업자들 속앓이
한식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배추와 상추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서민들과 음식점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6.3% 오른 가운데 배춧값은 73%, 상춧값은 63.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추김치가 '필수'인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김치를 담그는 비용이 체감상 3배는 올랐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15년간 보쌈집을 운영해온 박종한 씨는 "원래 여름 배추가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비쌌던 적은 없었다"며 "배추 3포기가 들어있는 한 망 가격이 낮을 때는 6천∼7천원 정도지만 올여름은 4만원까지도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보쌈은 배추에 싸 먹기도 하고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해서 꼭 필요한 음식인데, 이미 올 초에 김치 추가 금액을 1천원 올려서 추가로 인상하기에는 손님들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지난 1년간 전체적인 단가가 30∼40% 올랐지만, 가격에는 그만큼 반영할 수 없다는 게 박씨의 하소연이다.

강서구의 또 다른 보쌈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강서구청 앞에서 보쌈집을 운영하는 황영희 씨는 "이틀에 한 번 3∼4포기씩 겉절이를 담그는데, 시장에 가서 직접 배추를 살 때마다 하루하루 배춧값이 오르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을 반영해 유명 보쌈 프랜차이즈 업체는 지난해부터 김치 추가 금액을 1천원씩 3∼4차례에 걸쳐 인상했고, 현재 1만1천원의 추가 금액을 받고 있다.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유지광(26) 씨는 "동네 단골 보쌈 집에서 포장했더니 확실히 김치양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적더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겉절이김치를 주로 취급하지만, 리필 요청에 추가 금액을 받기 어려운 칼국숫집 업주들의 속앓이는 더 커졌다.

영등포구에서 10년 넘게 칼국숫집을 운영해온 김홍근(55) 씨는 "배추는 애초에 비싸서 쓰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2∼3번씩 열무와 얼갈이김치를 담그는데 얼갈이 가격이 2배나 올라서 큰일"이라며 "원래 열무김치는 판매도 하는데, 요즘같이 비싼 때에는 팔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13년간 칼국숫집을 운영한 이모(57) 씨 역시 "올라도 너무 올랐다.

배추김치를 매번 직접 담그기 때문에 체감하는 게 더 크다"며 "손님들이 김치를 더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더 낼 수밖에 없는데, 점점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배추김치를 판매하는 반찬가게 역시 ㎏당 가격을 인상하거나, 기존 가격에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살길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A 업체는 지난 5월에는 겉절이를 1㎏에 1만원에 판매했지만, 이달 3일에는 1만1천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B 업체가 안내한 배추겉절이 1㎏당 가격은 지난 5월 1만1천원, 7월 1만2천원, 이달 1만3천원으로 올랐다.

3㎏ 기준으로는 3만원→3만3천원→3만6천원으로 석 달 새 판매 가격이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도봉구에 사는 송모(52) 씨는 "최근 반찬가게에서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를 샀는데, 가격은 같았지만 양이 70% 정도 줄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상추도 배추 못지않게 귀한 몸이 됐다.

강서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사장 A씨는 "상추 무한리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최근 상추 4㎏ 한 상자가 8만∼9만원까지 뛰었다.

직원이 양을 조절하면서 직접 리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음식점도 있지만,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26) 씨 역시 "최근 옆 동네의 소고깃집을 갔는데 기본 상추를 달랑 2장만 줘서 당황스러웠다"며 "제육볶음을 먹으러 간 또 다른 삼겹살집은 상추 리필에 2천원을 받아서 '상춧값이 정말 많이 오르긴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