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 편의 첫사랑, 가곡 뮤지컬로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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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첫사랑' 작곡가 김효근·프로듀서 송제용김효근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62)는 한국 가곡계의 스타 작곡가다.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작사·작곡해 제1회 대학가곡제에서 대상을 받은 ‘눈’은 대학 성악과 입시와 졸업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다.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부른 그의 작품 ‘내 영혼 바람되어’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760만 회를 넘겼다. ‘첫사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도 성악가들이 음악회에서 즐겨 부르는 인기 가곡이다.
국내 1호 '가곡 뮤지컬'의 탄생
'첫사랑' '눈' '내 영혼 바람되어' 등
김효근 대표곡으로 음악·스토리 구성
"한국 가곡의 美, 뮤지컬로 알리겠다"
전 세대가 공감할 각양각색의 '첫사랑'
사랑·우정·인생…보편적 감성과 내용
2030 넘어 노년층도 위로받을 수 있어
"젊은 날의 설렘과 추억 떠올릴 것"
김효근의 가곡 13편이 뮤지컬 넘버(삽입곡)로 다시 태어난다. 다음달 2~4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뮤지컬 ‘첫사랑’에서다. 널리 알려진 가요와 팝송이 아니라 가곡으로 제작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사상 첫 ‘가곡 뮤지컬’을 기획한 사람은 송제용 마포문화재단 대표(57)다.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뮤지컬로 풀어보고 싶었다”는 그는 이 뮤지컬의 프로듀싱도 직접 맡았다. 김 교수와 송 대표를 지난 4일 마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전체 넘버를 김효근 가곡으로 구성
송 대표와 김 교수는 “가곡에 익숙한 중년층 이상은 물론 젊은 세대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첫사랑’은 유명 사진작가이자 유튜버인 태경(윤영석·조순창 분)이 과거의 태경(김지훈·변희상 분)과 이탈리아 국제음악제 무대에 서는 꿈을 가진 선우(양지원 분)를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세혁이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송 대표는 “‘첫사랑’의 의미가 남녀 간 사랑에 한정되진 않는다”며 “인간의 삶과 기억, 치매, 자기 연민 등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이 작품에는 제목으로 쓰인 ‘첫사랑’을 비롯해 ‘눈’ ‘내 영혼 바람되어’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 등 김효근의 대표곡들이 드라마의 옷을 입고 흐른다. 김 교수는 “가곡의 기본 선율과 가사는 그대로 유지하되 극의 스토리 전개와 분위기에 맞춰 편곡했다”며 “가곡의 가사와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처럼 극속에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킬링 넘버’가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가곡 뮤지컬’의 제작은 2년 전 송 대표가 김 교수를 찾아가 협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송 대표는 “공공기관으로서 대중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을 기획하려고 했다”며 “일상에서 접할 기회가 크게 줄어든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대중적 장르인 뮤지컬을 통해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가곡으로 대중과 더 잘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송 대표의) 제안을 받고 뮤지컬이란 장르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젊은 날의 설렘과 추억 떠오르는 뮤지컬”
국내 뮤지컬 시장의 주요 관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가곡에 익숙지 않은 젊은 층에게 ‘첫사랑’이 통할까. 김 교수는 “가사가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대중음악과 달리 가곡의 가사는 서정적이고 은유적”이라면서도 “그속에 사랑과 우정, 인생, 희망 등 보편적인 내용과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20~30대 관객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두 사람은 ‘가곡 뮤지컬’을 통해 국내 뮤지컬 시장의 관객층을 중년 및 노년층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극중 태경의 연령대인 55~64세 관객이 관람권을 예매하면 할인 혜택을 주기로 한 이유다. 송 대표는 “공연 문화에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50대 이상 중년이나 70~80대 어르신까지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며 “80대 어르신이 재단으로 전화해 관람권을 예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삐삐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 지나가던 여학생에게 부탁해 여자친구 집에 전화한 적이 있어요. 누구나 비슷한 추억이 있을 겁니다. 아름다운 가곡이 흐르는 ‘첫사랑’을 보면서 그런 젊은 날의 설렘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