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빚탕감 원금의 50%로 낮춰야"

은행 "90% 감면 정부案 과다"
도덕적 해이·손실 부담에 난색
정부가 다음달부터 취약층의 원금을 최대 90% 감면해주는 새출발기금 운영 방안을 내놨지만, 은행들은 부실 차주 양산과 도덕적 해이 초래, 손실 부담 등을 들며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으로 넘어간 채권의 원금 감면 비율을 50%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실무자들은 최근 은행연합회에 모여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 채무 조정 실행 계획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채무 조정의 핵심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기존 대출을 연 3~5%의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고, 9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주는 것이다.회의에 참석한 은행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원금 감면율이 너무 높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자의 자산과 채무상환 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 원금 감면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은행들은 조만간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원리금 상환을 10일만 연체해도 채무 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등 대상자가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안에 따르면 부실 우려 차주의 기준은 ‘금융회사 채무 중 어느 하나의 연체 일수가 10일 이상 90일 미만인 사람’이다. 상환 시점에서 10일만 넘어가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돼 연체 이자를 감면받고 금리도 연 3∼5%로 낮출 수 있다.

새출발기금 운영 주체인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부실 채권을 넘길 때 적용하는 기준도 은행 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프로그램 운영 대상 차주의 채권을 3년간 캠코 외 제3자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여신 업무 담당자는 “부실 채권 회수도 어렵고 처음 매각 가격보다 높게 회수될 것이란 보장도 없는 와중에 매각 금지 기간을 3년으로 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