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가격 뛰는데 1000만t 부족…"웃돈 줘도 물량 확보 어렵다"

가스公 수요예측 실패 … '에너지 보릿고개' 위기
이달 필요량 80% 확보한다지만
2년새 가격 22배로 폭등 '수급난'
"대응팀 꾸려 국가재난 대비해야"
러시아 가스관 봉쇄·美 화재
유럽은 재고 의무비축량 높이며
겨울 대비 물량 확보에 '사활'
한국가스공사의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것은 세계적인 LNG 공급난에 국내 전력 수요 증가까지 겹친 탓이다. 가스공사는 올겨울 블랙아웃(대정전)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 LNG 추가 구매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LNG 가격이 최근 2년 새 20배 넘게 폭등한 데다 기존에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받던 유럽까지 새 LNG 공급처로 눈을 돌린 만큼 높아진 가격에도 한국이 원하는 만큼 LNG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고조되는 올겨울 세계적인 LNG 대란 공포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재고 부족한데, 도입량 감소


7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올 상반기 국내 LNG 도입량(가스공사 도입량+민간 직도입량)은 2278만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2314만t) 보다 감소한 수치다. LNG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LNG 도입량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스공사는 올해 당초 계획보다 957만t의 LNG를 추가 구매해야 올겨울 LNG 공급난을 피할 수 있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물량 확보에 실패할 경우 내년 3월께엔 795만t의 LNG 재고가 부족할 것으로 가스공사는 보고 있다. 국내에서 작년 12월 500만t, 올 1월 540만t의 LNG를 소비한 점을 감안할 때 겨울철 한 달 반가량 쓸 수 있는 LNG 물량이 빌 수 있다는 얘기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8월과 9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LNG 확보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가스관 봉쇄, 미국에선 화재

하지만 시장 흐름은 가스공사에 우호적이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부담이다.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는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북미산이나 중동산 LNG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으로선 LNG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 것이다.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에 있는 LNG 액화기지에서 지난 6월 발생한 화재도 LNG 수급을 불안하게 했다. 프리포트 터미널은 미국 LNG 수출의 17%를 처리한다. 이 터미널은 올 연말까지 가동 중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럽은 가스 재고 의무 비축량을 높이는 등 천연가스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세계적인 공급난에 더해 국내 전력 수요도 늘고 있다. 또 평년보다 ±1도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던 기온의 변동폭이 올해 ±2도로 커졌다. 이에 따라 전력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LNG 발전 수요도 늘고 있다.

2년 새 22배 상승…치솟는 LNG값

수급난이 겹치면서 국제 LNG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본·한국 LNG 가격지표(JKM) 기준 2020년 3분기 MMBtu(열량 단위, 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2.37달러였던 국제 LNG 가격은 올 1, 2분기 평균 30달러대로 올라섰다. 올 4분기 JKM LNG 선물가는 지난 2일 기준 MMBtu당 50달러(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가정)를 넘었다. 2년여 만에 LNG값이 22배 넘게 폭등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가격에도 LNG 물량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웃돈을 줘도 물량 확보가 어려울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가스공사는 이달 말까지 필요 물량(957만t)의 약 80%(762만t)를 확보하고 11월까지 100%를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격이 비싸도 LNG발 블랙아웃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초 LNG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등 LNG 수급난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에너지 업계에선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에너지 위기 대응팀을 별도로 꾸려 국가 재난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간 발전사가 장기계약으로 도입한 LNG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하는 것도 필수다. 일각에선 LNG를 주로 쓰는 한·중·일 3국 네트워크를 통해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