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엔 100bp 인상"…Fed 내 '비둘기' 실종후 바뀐 것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파월의 미소' 이어질 지 7월 미국 CPI, PPI 주목 / 美증시 주간전망
긴축을 해도 경기침체가 없다는 연착륙 가능성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나아가 기준금리를 3연속 75bp(1bp=0.75%포인트) 올릴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모습입니다. 한 마디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는 사라졌습니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 할 것 없이 모두 한 목소리입니다. Fed 인사 중 5명이 물갈이된 뒤 비둘기파의 실종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비둘기가 사라진 이유를 중심으로 8월 둘째주 글로벌 증시 일정과 이슈를 정리하겠습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나오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통해 Fed의 매파 기조가 더욱 확고해질 지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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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발·시진핑발 인플레' 해소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단골 발언 중 하나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Fed가 어찌 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인이 극에 달할 때 이런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중국의 경제봉쇄 영향이 컸던 5월과 6월이 특히 그랬습니다.

모든 공급부족을 키우는 변수였습니다. 금리나 통화량으로 수요 측면만 손댈 수 있는 Fed 입장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Fed가 눈 뜨고 당한 이런 변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친 듯이 치솟던 국제 유가와 곡물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두달 새 30% 안팎으로 떨어졌습니다.
꼬였던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도 줄었겠지만 일시적으로 수출길이 막혔던 러시아산 원유가 중국이나 인도를 통해 어디선가 소비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원유 수입 기준 세계 2위,3위인 중국과 인도가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발생했던 혼란이 해소되고 있는 과정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산 곡물도 수출이 재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원자재 및 곡물에 대한 투기수요도 줄고 있습니다.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사재기해놨던 재고도 풀리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결국 Fed가 통제할 수 없는 지정학적 요인들이 하나둘씩 제거되면서 파월 의장의 자신감은 올라가고 있습니다.


'빅 서프라이즈' 고용

6월 고용보고서는 화룡점정이었습니다. Fed의 입지는 확 올라갔습니다. 6월 신규 일자리수 가 예상의 2배 수준인 52만8000건이었고요.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치인 3.5%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취업자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만 보면 더 이상 '준 연착륙'(softish landing)이라고 한 발 물러서지 않고 그냥 '연착륙'(soft landing)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채권 시장도 곧바로 반응했고 금리선물 시장의 분위기도 확 달라졌습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FOMC에서 75bp를 올릴 가능성은 1주일 만에 32%에서 68%로 갑절 이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기준금리 정점 예상 시점도 내년 2월에서 같은 해 3월로 한 달 늦춰졌습니다.

이쯤하니 JP모간 등 상당수 투자은행들이 9월에 50bp 인상에서 75bp 인상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씨티는 "고용이 전 부문에 걸쳐 늘어남에 따라 미국 경제가 과열됐다는 게 명백해졌다"며 "고용이 매우 강하면 Fed가 9월에 100bp 올리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밝혔습니다.


'뉴 페이스'의 침묵 속 일치된 의견

최근 Fed의 면면이 확 바뀌었습니다. Fed 이사진 7명과 지역 연방은행 총재 12명을 합해 19명으로 이뤄진 Fed 인사 중 5명이 교체됐습니다.

마이클 바 Fed 부의장이 지난달 상원에서 인준을 받았고요. 지난 5월 필립 제퍼슨 Fed 이사와 리사 쿡 Fed 이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했습니다.

수잔 콜린스 보스턴 신임 연은 총재도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오는 22일부터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동안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공석이 많았다가 비로소 지난달 FOMC 때 수년 만에 12명 멤버가 다 모일 정도였습니다.
새로 교체된 Fed 인사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5명 중 그 어떤 이도 공식석상에 서지 않고 있습니다. FOMC에서 소수 의견도 내지 않아 7월 FOMC 때는 만장일치 의견이었습니다. 철저히 침묵 속 대세를 따르고 있습니다.

단골로 나오고 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와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는 없고 9월엔 75bp를 올리는 게 타당하다"는 게 골자입니다.

"5차전 중 이제 1승한 Fed"...연승 이어가나

고용 서프라이즈로 인해 Fed의 긴축정책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가 이어질 지는 CPI가 결정합니다.

6월 전체(헤드라인) CPI는 전년 동기 대비 9.1% 올랐습니다. 이로 인해 주가는 요동쳤습니다. 7월엔 이보다는 상승률이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는 모두 8.7%입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6월 1.3%에서 7월엔 0.2%로 확 줄어들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에너지와 음식물 가격을 뺀 근원 CPI입니다. 근원 CPI는 6월 5.9%에서 7월에 6.1%로 높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7%에서 0.5%로 다소 낮아졌다고 예상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Fed의 목표치인 2%에서 여전히 멀어져 있습니다.
임차료와 임금, 차 가격, 의료비 등 다른 품목 상승세가 멈추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씨티는 "7월 근원 CPI가 전달과 비슷한 0.7%로 나오면 다음 FOMC 때 100bp를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9일 중국 소비자물가와 11일에 나오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높은 수준으로 나오면 인플레이션과 긴축 우려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7월 FOMC에서 다시 한번 "데이터에 기반해 금리인상 폭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가와 고용 지표 추이에 따라 긴축속도를 정한다는 의미인데요.

이제 7월 고용보고서라는 한 고개를 넘었습니다. 9월21일 FOMC 전까지 7월 CPI, 7월 개인소비지출(PCE), 8월 고용보고서, 8월 CPI가 남았습니다.
주요 지표가 나올 때마다 "고용이 강해 긴축을 해도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 없이 연착륙할 것"이라는 Fed의 희망사항이 계속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4~5%대인 근원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에 가깝게 내려와야 하고 그 때까지 고용지표는 탄탄해야 합니다. 5연전 중 1차전을 승리한 Fed가 계속 연승을 할 수 있을 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