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미국처럼 저성장·인력난…"고령화·코로나19 여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저성장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 데는 인구 고령화와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노동자 유입 감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면서, 미국에서는 '고용 있는 침체'를 두고 논쟁이 진행 중이다. WSJ은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이 선진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독일, 뉴질랜드 등을 예로 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 여파 속에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는 전 분기 대비 0%에 그쳤다.

하지만 독일의 실업률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며,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1분기 경제가 역성장했지만, 실업률은 3.3%로 수십년 새 최저 수준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경제 성장이 회복되는 가운데에도 실업률이 수년간 극도로 높았던 '고용 없는 회복'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WSJ은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만큼 향후 노동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만, 이미 이러한 현상을 경험했던 일본의 사례를 볼 때 향후 몇 년간 저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기간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이 시기 평균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쳤다.

하지만 실업률은 5.5%를 넘긴 적이 없고 최근에도 2%대를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에 고용보다 경제성장률의 감소 속도가 빠르며, 노동 공급이 부족할 경우 저성장 상태에서도 노동시장이 빡빡한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2월 이후 미국과 독일, 영국 노동자 수는 각각 50만명, 35만명, 55만명 줄어들었다.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이동 제한 조치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줄어들었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취업비자 입국자 수가 2019년 6월 24만명에서 지난해 6월 5천명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 감염 우려나 환자 병간호 등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례도 있고,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불법 이민을 강하게 단속한 것도 인구 유입을 줄인 요인이다.

미국 65세 이상 인구의 노동참여율은 2020년 초 26%에서 최근 23%로 감소했고, 독일 등도 향수 10년간 수백만명이 은퇴함에 따라 노동력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낮은 실업률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면서, 일본의 경우 경제 체질 개선이나 혁신 속도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