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시들한 ELS, 활기 되찾을까…"8~9월 조기상환 급증할 것"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동안 조기상환 규모가 급감했던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들어 약세장에서 발행된 ELS가 조기상환 시기를 맞으면서 상환 조건을 달성하고 있어서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ELS 조기상환액은 26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ELS 조기상환 규모가 5133억원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이미 지난달의 절반 이상이 조기상환 된 셈이다. 8월 중 발행액(3140억원) 대비 상환 비율은 83.9%였다.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종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비교적 고금리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최종 만기 이전에도 별도로 설정한 기준가격을 넘기면 조기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수의 ELS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온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ELS 조기상환 규모는 크게 줄었다. 1월 1조3533억원, 2월 1조5544억원, 3월 9713억원, 4월 1조7891억원으로 1조원 내외를 유지하다가 5월 6880억원, 6월 5804억원, 7월 5133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조기상환에 실패한 사례가 속출하면서 ELS발행 금액도 4월 3조8197억원에서 지난달 1조1202억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ELS 조기상환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기상환을 앞두고 있는 ELS 중 다수가 올해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시기 발행된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2월 중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 시기 발행된 ELS는 기준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국제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회복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다수의 지수형 ELS는 1차 조기상환의 조건으로 '현재가가 기준가격의 95% 이상'이라는 조건을 붙인다. 홍콩 항셍지수의 경우 3월 저점인 1만8415선보다 높은 2만선을 회복했고, 니케이225 지수도 3월 저점인 2만4717선을 넘겨 2만8250선까지 상승했다. S&P500 지수는 물론 코스피지수도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상승했고, 2월 발행된 ELS의 기준가격이 낮았던 것이 조기상환 규모가 늘어나는 배경”며 “S&P500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6개월 전 주가의 95%에 근접하고 있어 8~9월은 조기상환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