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가전에 사활 건 삼성·LG전자

소비전력 저감이 R&D 핵심

냉장고·에어컨 부품 소형화
효율 높여 전력 13~29%↓
새는 에너지 잡는 기술도 진화
소비자는 전기료 부담 덜어
최근 가전업체 연구개발(R&D) 인력들은 전력 소모량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으로 저전력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절전 제품은 기업의 ESG 지표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제품의 효율이 올라가면 ‘사용 단계’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다.

업계가 찾은 첫 번째 해법은 부품 소형화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비스포크 냉장고 4도어 키친핏은 전작 대비 소비전력을 13.8% 절감했다. 에너지 소비효율도 1등급이다. 구동 부품의 크기를 축소한 새로운 7세대 인버터 압축기를 장착해 마찰 손실을 줄이고 인버터 제어 효율을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LG전자가 올해 내놓은 이동식·창호형 에어컨엔 듀얼 인버터 압축기가 들어간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둘로 나눈 압축기로 냉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하루 4시간 사용 시 기존 정속형 모델보다 에너지를 최대 29% 절약한다”고 말했다.

새는 에너지를 최소화는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비스포크 인덕션 인피니트라인은 쿡센서의 자동 제어 기능으로 소비전력량을 36%가량 절감했다. 요리 온도를 고려해 끓어 넘치는 것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가열 에너지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나온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가 적용된다. 노크만으로 안쪽 조명이 켜져 음식물의 종류와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여닫는 횟수를 줄일 수 있어 문 전체를 여닫을 때에 비해 냉장고의 냉기 유출이 최대 47% 줄어든다.

고효율 가전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당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에너지효율 향상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보다 38%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소비자는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다. 과거엔 고효율 가전이 드물었지만, 최근 잇단 신제품 출시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처럼 전력을 많이 쓰는 제품은 신제품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고효율 제품군이 다양해야 교체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고효율 가전 전성시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7대 주요 가전제품에 에너지 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사용 단계의 온실가스 원 단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20% 저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