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녀냐, 반려견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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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로빈 사노피 백신사업부 한국 대표 pascal.robin@sanofi.com백신 분야에서 일하면서 연령대별 백신 수요에 대한 기본 통계를 얻기 위해 인구 통계 변화를 추적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출산율이다. 한국은 2021년 여성 1인당 출생아 수 0.81명으로 사상 최저치의 합계 출산율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 감소 속도가 가장 빠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출생 인구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 지난해 신생아 수는 약 26만명에 그쳤다. 한국이 세계 주요 경제 10위권에 진입하고 있는 지금, 이는 결코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생활비뿐만 아니라 교육비 부담이 꼽힌다. 가족을 꾸려 나가는 인생의 가장 멋진 여정을 누리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보내는 슬픈 신호다.
인구통계학적 추세와 함께 한국에 매우 특별한 또 다른 통찰력 있는 통계가 있다. 한국의 반려견 수가 520만 마리 이상에 달해 반려견 소유율이 전체 가정의 25.9%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려견이 자녀 양육의 대체제인 것일까.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호황이다. 서울에 살기 시작하면서 거리의 반려동물 유모차나 귀여운 반려동물 의류처럼 수준 높은 반려동물 용품들이 이방인의 눈에 이색적으로 비친 기억이 있다. 한국인들의 반려견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그럼 한국의 반려견들은 행복할까. 일부에선 유기견 증가로 동물 보호소가 점점 더 과밀화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귀여운 새 반려동물과의 허니문 기간을 보내고 나면, 일부 사람들은 반려동물 양육(먹이와 보살핌)으로 인한 경제·시간적 부담을 느낄 것이다. 마케팅의 환상이 현실을 마주하는 시점이다. 모쪼록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위의 두 가지 사회 현상은 누군가를 보살피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가 물질주의에 노출되면서 계속 도전받는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아이를 대신하는 ‘짧은 기간 애정을 쏟을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자녀와 함께 가족을 꾸리는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그들의 진정한 열망을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서 켐프가 말한 “인구 변동은 운명이다”라는 의미를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