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진입로에 '경찰 장벽'…테라 겨우 출고

화물연대 봉쇄 뚫은 하이트진로

경찰 400여명 투입해 길 터
화물연대 간부 2명 구속영장

사측 "이미 수백억 손실 타격
하루 12만 상자 출고 할 것"
8일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주변에 경찰 병력이 폴리스라인을 치고 길을 트자 비(非)화물연대 차주가 운행하는 트럭들이 맥주를 실어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시위로 여름 성수기 맥주 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8일 경찰의 개입으로 가까스로 출고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경찰 지원을 받아 평상시 수준의 물량을 출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찰 호송 속 화물차 진입

이날 화물연대 소속 차주 40여 명은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진입로에서 아침 일찍부터 시위를 벌였다. 강원경찰청과 홍천경찰서는 400여 명을 동원해 시위 현장 주변과 공장 진입로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시위대 앞에 병력을 배치했다. 공장 출입로가 한 곳뿐이기 때문에 화물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을 튼 것이다.전날 회사 측이 “본사 및 공장직원 250여 명을 투입해 제품 출고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날 본사 직원까지 투입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이 그동안 화물연대가 점거하던 공장 진입로를 확보해 비(非)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50여 대의 호송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투신 소동이 있었던 지난 4일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시위대가 모이는 데 그쳤다. 오후 3시께에는 서비스산업노조원, 전국플랜트건설노조원 등 90여 명이 시위에 합류해 1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공장 진입로에 몰려들었다. 화물연대는 “평화시위를 할 테니 경찰 폴리스라인을 해제해달라”고 계속 요구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평상 시 출고량 회복 노력”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날 강원공장에서 출고된 맥주는 11만 상자(500mL×20병)로 추산된다. 평상시의 92% 수준이다. 하이트진로는 일부 차주가 화물연대에 가입한 기존 화물운송 위탁사 수양물류 외에 다른 업체와 지난달부터 물류 계약을 맺으며 ‘플랜B’를 가동해 왔다.회사 측은 앞으로도 경찰의 도움을 받아 생산 및 출고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찰과 직원들 덕분에 별다른 충돌 없이 출고가 이뤄졌다”며 “출고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목표로 하는 출고량은 평상시에 준하는 12만 상자다.

테라, 하이트 등 하이트진로의 간판 맥주를 생산하는 강원공장에서 시위가 시작된 건 이달 2일이다. 이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공장의 유일한 출입로인 하이트교를 막는 등 도로 점거 농성을 벌이면서 여름 성수기에 맥주 출고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컸다. 2일부터 7일까지 출고된 맥주는 약 12만3000상자로 평상시의 20%에 불과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직접적 피해 금액은 50억원 정도로 추산하지만, 출고 지연으로 인한 부수적 피해까지 합치면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가 생산되는 경기 이천공장과 달리 강원공장은 출입로가 한 곳뿐이라 출고량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며 “출고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춘천지방법원 진원두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화물연대 간부 2명에 대해 물류 차량 통행로를 점거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홍천=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