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中배터리' 전기차는 세액공제 제외…자국산 우선(종합)

최대 7천500달러 세액공제 요건 까다롭게…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 의도
테슬라 등 美업체 호재 전망…"한국 기업엔 부담이자 기회될 수도"
미국 상원이 7일(현지시간) 가결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핵심 광물, 부품을 사용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세액보조를 축소했다. 자국과 동맹의 공급망을 결속해 전세계 배터리 시장 1위인 중국을 배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에선 전기차를 사게 되면 2009년부터 연 7천500달러에 달하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IRA는 이 세액 공제 규모를 유지하되 혜택 대상의 범위를 제한했다.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 중 절반은 구입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달렸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의 핵심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높아진다. 중국산 핵심광물로 만들어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세액 공제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셈이다.

세액 공제의 나머지 절반은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2027년 80%, 2028년 100%로 높아진다. 즉 2028년엔 미국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사실상 미국에서 채굴된 광물과 부품으로 제조된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을 사야 한다.

이선 엘킨드 UC버클리 법·에너지·환경 센터의 기후프로그램 책임자는 "현재 배터리 대부분이 미국 외에서 생산되는 데 (이 법으로) 업계가 생산 시설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미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세액 공제 대상이 되는 자동차도 5만5천달러(세단형), 8만달러(트럭·SUV)를 상한으로 둬 부자보다 중산층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세제 혜택은 2032년까지다.

전기차 회사당 20만대까지만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는 IRA로 폐기돼 테슬라, GM, 니산 등 시장을 선점한 회사엔 유리한 상황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IRA의 전기차 지원에 대해 "배터리의 원료와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오는 차에 대한 지원을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 완성차 업체도 이미 중국산 배터리 소재 등에 대한 의존도가 낮지 않다는 점에서 달라진 세액공제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매체 더힐은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이 기준을 만족하는 전기자동차는 시장에 없다"며 "그 정도 되려면 수년이 지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 제조사 단체인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첼라 회장도 WSJ에 기존 세액공제 규정을 적용하면 현재는 전기차 약 72종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달라진 규정이 적용되면 이 가운데 70%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액공제 최대 한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차종은 단 한 대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와 부담 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의 경우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을 정조준한 미국의 조처로 인해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그만큼 미국 내 생산비율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만 세액공제 대상이어서 한국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는 공제 대상이 아니다.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비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제시해 실제 전기차 생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외신들은 미국의 완성차 업계 또한 배터리와 핵심광물 요건이 까다로워 상원 법안에 제시된 일정대로 미국산 비중을 높이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국 하원의 다수당인 민주당은 가능하면 이번 주중 이 법안을 하원에서도 처리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위해 백악관으로 송부할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