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중소기업 "현실 모르는 정책"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심의·의결
미설치 시 최대1500만원의 과태료
공간 협소한 중소기업 "별도 공간 임대해야 하나"
노동계 "남녀 별도 휴게시설 필요"
사진=연합뉴스
오는 18일부터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관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대 1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인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용노동부 소관 법령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산안법 개정의 후속 조치로,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기준 준수 사업장 범위와 과태료 부과기준 등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한 것이다.과태료 부과 대상은 △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화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 등 7개 직종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다. 휴게시설을 미설치하면 1500만원 이하, 관리기준 미준수 시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휴게시설 설치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50명 미만 사업장은 내년 8월 18일부터 적용된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법적용 대상 사업장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20만7000여개(20인 이상 16만2000여개, 7개 직종 4만5000여개)다. 법이 적용되는 공사비 20억원 이상 현장도 2만70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휴게시설 미설치 사업장은 2만여개 소로 추정된다.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영세사업장은 이미 공간 활용률이 과도한 상태라 별도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입주 인테리어를 할 때부터 한 치라도 업무공간으로 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는데 갑자기 2평 공간을 추가로 빼라니 골치가 아프다"며 "근로 강도도 높지 않은 사무직 사업장인데 휴게실을 일괄 설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대로 공용 공간 활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추세에도 맞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20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되레 휴게실이 필요한 만큼, 곧바로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은 설치가 이미 잘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단일하게 적용되는 면적 기준이 아니라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엔 더 많은 휴게공간을 두도록 '1인당' 휴게 면적 기준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소 9㎡ 이상 공간은 확보해 주되, 여성 근로자도 편히 쉴 수 있도록 별도 휴게실이 확보돼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최소 6㎡ 이상 확보 규정만 있어 노사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평도 안되는 공간 안에 의자 등 비품과 설비까지 반드시 갖춰야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노무사는 "중소기업들로부터 상담과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타인의 건물에 입주한 사업주가 대다수인 점을 감안해,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건물 단위로 공용 휴게시설 설치를 허용해 주는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야 위법을 저지르는 사업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