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노세일, 고급화 전략' 토종 브랜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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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 C&P 전략팀 선임기자‘싼 게 비지떡’을 실감할 때가 있다. 값이 저렴해서 덥석 샀는데 막상 품질이 너무 낮아 실망한다. 이런 경험 때문에 우리는 가격으로 제품의 품질을 미리 판단하고는 한다. ‘더 비싼 가격’을 ‘더 좋은 품질’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가리켜 ‘가격-품질 연상’이라고 한다. 가격으로 품질을 추론한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자주 경험하지 못했거나, 주어진 정보로 품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에 가격-품질 연상이 발생한다.
그런 경우에 ‘고가격,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타임, 마인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꾸준히 ‘고급화 전략’을 펼쳐왔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한섬의 고급화 전략을 소개했다.
국내 여성복 1위 '한섬'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이후 꾸준히 고급화 전략을 강화해왔다. 국내 브랜드에서는 유일하게 ‘노세일’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디자인 경쟁력과 품질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이 덕에 ‘한섬 옷이라면 믿고 산다’는 생각을 가진 소비자 팬덤이 생겼고, 한섬이 국내 여성복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의 우수 고객 제도를 운용하는 것 역시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섬은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된 이후 꾸준히 우수 고객 제도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VVIP 고객을 대상으로 드라이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근엔 이를 업그레이드한 ‘의류 토털 케어 서비스’를 론칭했다.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섬세하게 드라이클리닝하고, 장기간 의류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다.한섬은 자체 오프라인 콘셉트 스토어 ‘더한섬하우스’ 3개 점포(광주점, 제주점, 부산점)에서 VIP 라운지를 운영하며 우수 고객을 위한 행사를 지속해서 열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회사 전체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며 “VIP 고객들의 구매는 한섬이 2019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섬 옷 믿고 사는 팬덤 형성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더 비싼 가격을 설정한다고 소비자들이 무조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가격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고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한섬은 국내 여성복에 무게가 실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우선 뷰티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한 데 이어, 최근엔 프랑스 니치 향수(고가의 프리미엄 향수) 전문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를 국내에 선보였다.기존 타임, 마인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구축해 온 고품격 이미지를 오에라와 리퀴드 퍼퓸바에 그대로 접목해 뷰티 사업을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섬은 ‘소비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스타일 크리에이터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목표를 이루려면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와 혜택을 제공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