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머티리얼즈 가스설비, KKR 대신 브룩필드가 인수

KKR 계약 지연으로 결국 탈락
브룩필드, 2주 만에 1조원 계약
글로벌 부동산 및 인프라 전문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약 1조원에 매입했다. 브룩필드는 2016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인수한 뒤 6년 만에 한국에서 조단위 매수 거래를 했다. 브룩필드는 올 상반기 IFC를 4조원대 초반 금액에 미래에셋컨소시엄에 매각했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 자회사인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의 산업가스 생산설비를 브룩필드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조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은 다음달께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이번 매각 대상 설비에서 생산한 산업가스의 주요 공급처는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이다. 지난해 초 완공된 M16공장은 같은 해 9월부터 이 설비를 통해 산업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M16 공장과 20년에 걸친 장기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천 생산설비는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가 보유한 생산설비 중에서도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매년 600억~700억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는 당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우선협상대상자였다. 하지만 2개월 이상 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브룩필드가 차순위 후보로서 새로운 인수자가 됐다. KKR은 SK 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세부 조건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브룩필드는 SK 측과 협상에 들어간 지 2주 만에 속전속결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인수금융 주선사로 NH투자증권 등을 선임해 발빠르게 자금 모집을 마무리했다. 브룩필드는 당초 제시했던 가격보다 최종 인수가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SK 측과 거래 인연을 맺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브룩필드는 캐나다 기반의 부동산 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다. 원래 전기 및 운송 기반 서비스 회사였다가 2019년 오크트리캐피털을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대체투자 운용사로 거듭났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을 정제한 뒤 산업가스를 생산해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의료 등 관련 회사에 공급하는 사업을 한다. 현재 SK㈜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