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쇼크 예고…기술株 '덜덜'

美 반도체 시총 1위 '경고등'

"2분기 매출 67억달러 기록"
시장 추정치보다 20% 밑돌아
게임사업 부진…주가 6% 뚝

AMD·마이크론 1~2%대↓
아마존 등 빅테크株도 약세
시가총액 기준 미국 1위(4434억달러)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예고했다. 그래픽카드를 제조하는 게임 부문 매출이 전 분기 대비 44%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부진 경고로 뉴욕증시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였다. 미국 상원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도 악재였다.

2분기 매출, 예상 20% 밑돌아

엔비디아는 2023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67억달러(약 8조75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65억달러)보다는 늘었지만 엔비디아가 지난 5월 내놓은 전망치(81억달러)와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추정치(81억달러)보다 20% 적은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24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부진을 예고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영향으로 게임 수요가 줄자 주력인 그래픽카드 사업이 타격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게임 부문의 2분기 매출이 20억4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33% 급감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의 콘솔 게임기뿐만 아니라 컴퓨터용 고사양 그래픽카드의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인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소비자의 비디오게임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123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 우려로 암호화폐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고사양 그래픽카드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채굴할 때도 쓰인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3분의 1 수준인 2만3000달러 선에 거래됐다. 미국 투자은행인 레이먼드제임스의 멜리사 페어뱅크스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게임 부문 매출이 전 분기 대비 44% 급감한 건 2018년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주 줄줄이 하락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을 내놓자 투자자도 이탈했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엔비디아는 6.30% 하락한 177.93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인 301.21달러(1월 3일)와 비교하면 주가가 41% 빠졌다.엔비디아는 또 다른 주력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38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부문 매출도 팩트셋 추정치(39억9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엔비디아는 “거시경제 역풍과 공급난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라며 “3분기에도 도전적인 시장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부진 우려는 반도체주 전반으로 번졌다. 이날 AMD(-2.19%) 마이크론(-1.62%) 퀄컴(-1.60%) 등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0.29%) 알파벳(-0.07%) 아마존(-0.99%) 등 대형 기술주 주가도 장 초반 올랐다가 하락 전환했다.

지난 7일 미국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된 것도 대형 기술주에 악재가 됐다. 연간 10억달러 이상 수익을 내는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이 법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