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록적 폭우임에도 人災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수도권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여간 막심하지 않다.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지하철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버스 운행도 곳곳에서 차질을 빚었다. 사망과 실종 15명 등 인명 피해도 컸다. 폭우가 휩쓸고 간 서울 강남 일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곳곳에 버려진 차량이 뒤엉켜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이번에 내린 비의 양을 보면 중앙과 지방 행정당국이 제대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제 밤부터 어제 아침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115년 만에 가장 많았다. 연평균 강수량(1387.3㎜)의 30%를 웃도는 426.5㎜의 비가 하룻밤 사이 쏟아졌고, 동작구는 1시간에 141.5㎜의 물폭탄이 떨어지기도 했다.그럼에도 인재(人災) 요인이 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기상청 예보부터 빗나갔다. 기상청은 시간당 50~80㎜ 수준을 예측했으나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았다. 당국의 준비 부족도 피해를 키웠다. 폭우가 예상됐음에도 사전 조치 없이 닥쳐서야 부산을 떨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놨으나, 임시방편적 땜질에 머물렀다. 단골 홍수 피해 지역인 강남역 주변만 하더라도 서울시는 2015년 ‘종합배수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잘못 설치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 조정 공사 완공은 2016년에서 2024년으로 미뤄졌다. 반포천 유역분리 터널 공사가 예정보다 3년 늦은 지난 6월 마무리되면서 시간당 최대 95㎜의 강우를 방어할 능력을 갖췄으나 이번 폭우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수해 방지 예산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서울시의 올해 관련 예산은 4202억원으로 지난해(5099억원)보다 약 897억원 줄었다. 이 때문에 지하철역 빗물 유입 방지를 위한 시설 보강이 계획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배수펌프도 부족했다. 지자체 침수 예방 시설이 대부분 수십년 전 기준으로 설계된 것도 문제다.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에서 큰 참사를 부를지 모르는 만큼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하는 게 맞다. 중앙과 지방당국은 총체적 점검과 제대로 된 대책 마련 및 실천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