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CEO' 서울·한양·성균관대 톱3…인문·예체능도 창업 열기

지난해 교수 창업 407개…5년 새 두배 급증

유니콘 기업 만든 제자에 자극
서울대, 2개회사까지 겸직 허용
한양대 창업 연구년 제도 도입

공대·인문대로 열기 확산
남기춘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인지검사 전문업체 운영
윤용아 성균관대 연기과 교수
배우 매니지먼트사 설립
교수들의 창업 열기는 전공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에서 고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창업이 꾸준했던 공학과 의학 계열은 물론 인문과 예체능 계열에서도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 창업 성공 사례가 증가하면서 연구실에 있던 교수들을 자극했고, 풍부한 투자시장의 유동성도 교수 창업의 촉진제가 됐다.

학생들은 대부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아이디어’ 창업을 많이 하는 반면 교수들은 본인이 연구하던 원천 기술을 상용화하는 사례가 많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교수들의 잇단 기술 상용화가 산업 생태계 전체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년 전보다 두 배 증가

학교별로 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서울대가 가장 많은 교수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기업은 81개에 달했다. 다음은 한양대(60개), 성균관대(53개), 울산과학기술원(UNIST·52개), 연세대(50개) 등의 순이었다. 충북대(41개), 강원대(38개), 고려대(37개), KAIST(34개), 충남대(33개) 등도 같은 기간 교수 창업 기업 수가 30개를 넘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충북대도 20건으로 교수 창업이 가장 활발했다.

교수 창업은 1997년 제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서 교수의 회사 직원 겸직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의대나 생명공학과 교수들이 바이오 기업을 설립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허로 연구 성과를 보호하기 쉽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어 투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는 뭉칫돈으로 ‘환영’

최근에는 공학 계열과 인문 계열에서도 교수 창업이 활발하다. 교수 창업에 대한 투자업계와 산업계의 기대는 높은 편이다. 김장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지난 3월 설립한 DPU(data processing unit·데이터처리장치) 전문 스타트업 망고부스트에는 시제품도 내놓기 전에 13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권동수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로봇 전문업체 이지엔도서지컬은 지난해 시리즈A(첫 번째 기관투자)에서 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성태현 한양대 전기·생체공학부 교수가 2020년 설립한 에너지 하베스팅 전문 기업 휴젝트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남기춘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지검사 전문업체 마인드세팅케이유를 운영 중이다.

윤용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교수는 배우를 꿈꾸는 제자를 위해 배우 매니지먼트 업체인 은행나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학생 창업 ‘대박’이 자극제 됐다

교수 창업의 증가 요인은 복합적이다. 최근 학내 연구 성과의 사업화 속도가 빨라진 영향이 크다.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는 “망고부스트는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DPU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창업한 암호기술 크립토랩이 지난달 시리즈A에서 21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주요 이유도 사업화 가능성이다.

최근 대학들의 적극적인 교수 창업 지원도 한몫했다. 서울대는 교수가 최대 두 개 회사까지 겸직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KAIST 교수는 최대 6년까지 창업으로 학교를 휴직할 수 있다. 한양대는 2017년 ‘창업(산학) 연구년’ 제도를 도입했다. 산학협력이나 기술창업 목적으로도 수업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민병헌 한양대 기술사업화센터장은 “단순 창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 발굴부터 기업 성장 지원까지 회사 설립 및 육성의 모든 분야를 대학이 함께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창업 실적을 교원 평가의 60%까지 반영하고 있다. 최근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한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대박 난 교수 창업자나 유니콘 기업을 만든 제자들을 보고 자극받아 창업하는 교수도 늘었다”고 말했다.

김주완/최다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