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부터 허리띠 졸라매야" vs "9급 기본급 최저임금도 안돼"

공무원 임금 1%대 인상 유력

'공공부문 개혁' 尹의지 반영
경제위기·건전재정 기조 속
정부 "공무원부터 솔선수범"

공무원노조는 '7.4% 인상' 요구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감소"

전문가 "하위직 인상폭 높이고
그 위 직급은 최소로 올려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내년도 임금 7% 인상과 인력 감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1%대로 묶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 위기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을 감안해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때 공무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수를 대폭 올리면 재정 부담도 커진다.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 중심의 공무원 노조는 “9급 공무원 보수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물가가 연간 기준 5%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보수 인상률이 2021년(0.9%)과 올해(1.4%)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 1% 안팎에 그치면 실질소득이 대폭 감소하는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공직사회부터 솔선수범해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말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임직원 수를 줄이고 각종 수당을 폐지하는 등 임금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방만하게 운영된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임직원 수와 높은 임금 등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한국전력 사례를 언급하며 “파티는 끝났다”고도 했다. 앞서 6월엔 물가 급등 등을 이유 민간 기업에도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를 예년보다 많이 올리기는 어렵다는 게 기재부 안팎의 시각이다. 공무원 보수를 높이면서 다른 기관 등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인상률을 2021년, 2022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 위기가 가시화하는 상황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수가 급격히 늘면서 공무원 보수 인상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도 정부가 보수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공무원 정원이 매년 늘어나면서 보수 인상률보다 인건비 증가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공무원 인건비 예산(중앙정부 기준)은 41조3000억원으로 작년 40조2000억원보다 2.7% 증가했다. 보수 인상률은 1.4%였지만 지출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이 늘었다. 2021년에도 보수 인상률은 0.9%에 그쳤지만 인건비 증가율은 3.1%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무원 수가 13만 명가량 늘어나면서 보수 인상에 따른 재정 부담도 이전 정부에 비해 그만큼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위직 월급 최저임금보다 낮아”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5~7.4%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응과 고통 분담에 동참한 공무원에게 어떠한 보상도 없이 또다시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기본급 기준)은 168만원으로 최저임금 191만4440원(시간당 9160원)에도 못 미친다. 고정식대 등 각종 수당을 더하면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낮다는 게 공무원들의 지적이다.전국공무원노조 소속의 한 조합원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1%대 임금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2년간 실질임금이 4.5% 삭감됐다”며 “정보기술(IT) 기업처럼 성과급은 언감생심이고, 생활임금인 기본급이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올려달라”고 했다. 공무원노조는 10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보수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하위직 공무원의 보수를 최저임금 이상으로 올리되 그 위 직급의 보수 인상률은 최소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강진규/곽용희 기자 josep@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