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거래절벽' 후폭풍 막아야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 중 하나는 아파트 거래량입니다. 아파트 거래가 잘 되면 일단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보면 됩니다. 가격이 오를 때는 팔려는 사람이, 반대로 내릴 때는 사려는 사람이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어쨌든 거래는 이뤄지고 가격이 오르거나 내립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거래 가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거래 한파, 빙하기라는 말까지 나돕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일 기준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는 467건에 불과합니다. 1년 전 7월(4679건)과 비교하면 딱 10분의 1입니다.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지만 거래 건수가 매우 증가할 가능성은 작습니다.지난 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7.5로 한 주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는 2019년 7월 15일(86.9)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0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살 사람은 점점 줄고 팔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거래량이 급감한 이유는 앞으로도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어 매수 수요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를 바라보는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격 하락 요인으로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최근 몇년간의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 전반적인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도권 내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잠재 수요는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정책 변화와 자금 부담의 영향으로 수요가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거래절벽이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당장 중개업소는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거래량 때문에 수수료가 급감했습니다. 폐업을 고려하는 중개업소가 적지 않습니다. 지역 경제에도 찬 바람이 붑니다.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는 신규 분양시장에도 직격탄입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청약자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최근 분양시장에는 '안전마진'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고 합니다.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기존 아파트 매맷값보다 저렴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금액 수준을 말합니다. 업계에는 서울 등 웬만한 지역의 안전마진으로 '2억~3억원'을 꼽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매매가보다 1억원 싸다면 청약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아파트 매매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1억원이 저렴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규 분양시장도 한파가 거셉니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청약 미달 단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 후유증에 시달리는 대구는 물론 울산 포항 대전 등의 청약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다고 보고 있습니다.거래 시장과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아파트를 신규를 공급 준비를 하는 개발시장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해 이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건설자재 가격 상승하는 등 개발 시장 환경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인건비 증가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안전 비용 확대와 공사 기간 증가 등으로 직·간접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시장이 침체하면 해당 지역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립니다. 건설사도 수주 계약을 포기합니다.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짙은 안개가 끼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합니다.

꼬여 있는 시장을 풀 수 있는 첫 단추는 거래 정상화입니다. 취득세도 낮추고 실수요자가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도 정상화해야 합니다. 물론 아파트 가격 하락이 진정돼야 이 같은 조치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정부는 선제적으로 이런 규제 완화책을 펼쳐야 시장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