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떨어진다는데"…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 택하는 차주들

"변동금리 1년 추천 받아…내년부터 금리 인하 전망"
초장기 고정금리보다 5년형 선택하기도 "추후 갈아타기"

연내 기준금리 2.75% 전망
"코픽스 뛰는 만큼 고정금리 선택이 유리"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차주들은 변동금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92~5.959%,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3.90~5.749%다. 금리의 상·하단이 모두 고정금리가 더 낮다. 하지만 실제 대출금리는 변동금리가 더 낮게 책정된다는 점에서 일부 차주들은 변동금리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은 양은진 씨는 "2억원을 주담대로 받으려고 은행창구를 찾았더니 직원이 변동금리 1년을 추천했다"며 "심지어 5년 고정되는 혼합형보다 0.4%포인트 금리가 낮고,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 같아서 변동금리로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축아파트 입주를 준비 중인 김주영 씨는 "상담해봤더니 5년 고정금리로는 4.0~4.1%, 6개월 변동으로는 3.42% 금리를 안내받았다"며 "고정이 아무래도 마음은 편할 것 같지만, 금리차가 너무 큰 만큼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이자부담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또 20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보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을 선택하는 차주들도 있다. 직장인 강석훈 씨는 "주담대 4억원 대출을 기준으로 알아봤더니 카카오뱅크는 5년 고정이 4.03%였고, 적격대출은 50년으로 4.85%였다"며 "원리금 균등분할로 같은 금액인 170만원대지만, 내년부터는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5년 고정금리를 선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박미영 씨는 "장기 고정금리와 5년 고정금리 중에서 고민하다가 5년 이후 변동되는 혼합형 상품으로 주담대를 받았다"며 "5년 고정금리 4.2%로 받았는데, 추후 갈아타기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변동금리와 5년 혼합형 금리 상품을 선호하는 배경으로는 금리가 연내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8월 0.25%포인트 인상되고 10월까지도 추가 인상을 각오해야 하지만, 10월 이전 물가 정점을 확인한 후 현재 위축되는 경기지표가 동반되면 이번 최종인상은 2.75%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고, 오는 8월 경제전망에서 추가로 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지 않고, 수출지표 등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지난 4월 이후 4개월째 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넉달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
기 당시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150억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50년 초장기 대출이 나왔지만, 생각보다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시중은행은 이달부터 50년 만기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품의 판매를 시작했다. 두 상품 모두 대출금리는 연 4.85%로 책정됐다. 대출을 받기 위한 조건은 만 34세 이하 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여야 가능하다.

은행에선 최근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가 오르고 있는 만큼,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를 택할 것을 추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가 최근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어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대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동보다는 5년 혼합형 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밝혔다.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5월(1.98%)보다 0.40%포인트 높은 2.38%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발표되기 시작한 이래 1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