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참 좋은 나라'…구글·메타·아마존·애플 몰려간 곳

사진=REUTERS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되는 가운데 아일랜드가 ‘나홀로 성장’하고 있다. 파격적인 법인세율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 덕에 세수와 고용을 모두 잡았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경제 전망이 경기침체 우려와 재정 부족으로 암울하지만 법인세수가 탄탄한 아일랜드만은 예외”라고 보도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낸 거액의 법인세로 확충된 정부 곳간을 풀어 경기침체에 대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일랜드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6.3% 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의 GDP 성장률(0.6%)의 10배 이상이다. 지난해 GDP 성장률은 13.6%다. 지난해 37년 만에 최대폭으로 성장한 미국(5.7%), 52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프랑스(7.0%)와 비교해도 배 가까이 높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2020년에도 아일랜드는 5.9% 성장했다.

고성장의 1등 공신은 낮은 법인세율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9년째 12.5%다. 내년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22%)보다 19.5%포인트 낮다. 때문에 애플, 구글, 인텔, 메타, 아마존, 화이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유럽 지사를 다수 유치했다. 아일랜드의 지난해 법인세수는 153억유로(약 20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중 절반인 약 80억유로가 애플 등 10개 빅테크·제약 대기업에서 나왔다. FT는 “아일랜드 인구는 510만명으로 유로존에서 3% 미만이지만, 다국적 기업(이 납부하는 세금)의 영향이 엄청나 유로존 GDP 성장률 수치를 왜곡시킬 정도”라고 서술했다.

다만 아일랜드도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압박에 법인세율을 2023년부터 인상할 계획이다. 연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원)를 넘는 기업에 최고 15%를 적용한다. FT에 따르면 그럼에도 올 상반기 아일랜드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유럽계 투자은행 데이비의 코날 맥 코일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에 투자한 외국계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질 (만큼 타격을 주는)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