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상업화' 논란…공개 하루 만에 삭제된 광고 예능

IHQ 바바요, 브랜디드웹예능 공개 하루만에 영상 내려
청와대 배경으로 신세계까사 소파 장점 '어필'
문화재청 "당초 협의 내용과 달라…재발 방지할 것"
IHQ의 숏폼(짧은 형식 영상) 중심 OTT 바바요는 최근 청와대 앞뜰에서 신세계까사미아 소파를 소재로 영상을 찍어 공개했다가 만 하루만에 영상을 비공개처리했다. IHQ 제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IHQ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바바요가 청와대 앞뜰에 들어가 광고성 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가 ‘청와대 상업화’ 논란이 일자 콘텐츠를 내렸다.

9일 OTT업계에 따르면 바바요는 전날 가구 브랜드 신세계까사미아와 함께 제작해 공개한 브랜디드(광고형) 웹예능 ‘에브리웨어’ 1편을 유튜브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지난 5월 시민에 개방된 청와대에서 기업이 광고성 콘텐츠를 최초로 제작한 사례였다. 브랜디드 웹예능은 특정 브랜드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콘텐츠에 녹여낸 온라인 예능프로그램을 뜻한다.이 웹예능은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 잔디 위에 신세계까사미아의 ‘캄포 소파’를 설치해 놓고 청와대 관람객들의 반응을 촬영했다.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를 방문한 캄포소파!’라는 자막과 함께 ‘이색적인 편안함’, ‘구름 소파’ 등 소파의 안락함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부 관람객이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인가"라는 말과 함께 셀카봉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도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역사적 공간인 청와대를 광고 로케이션(촬영 장소)으로 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IHQ는 당일 입장자료를 내고 “문화재청 산하 청와대국민개방 추진단의 촬영 허가 승인을 받아 콘텐츠를 촬영했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는 점에 대해서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IHQ는 문화재청과의 사전 협의에서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주요 내용으로 다루겠다고 알리진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IHQ는 “청와대 개방에 맞춰 주요 시설을 소개하고, 대사나 연출·배우 없이 청와대라는 공간만으로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가구를 소품으로 활용하고 브랜드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고 구두로 전했으나 까사미아 브랜드나 특정 소파 제품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콘텐츠 자체가 당초 허가를 받은 촬영 목적과 다르게 나왔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9일 설명자료를 통해 “IHQ는 (콘텐츠가) 기업 홍보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향후 계획에 대한 설명을 일절 하지 않았다”며 “상업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해당 영상에 대해 게시물을 내릴 것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모든 촬영 신청 건에 대해서는 특정 제품의 이름이 노출되거나 홍보 목적 촬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최종 결과물은 활용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 과정을 거치는 조건으로만 허가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알렸다.

청와대는 지난 5월 시민에 개방됐다. 그러나 기본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선 임시 관리자 상태인 문화재청과 청와대 관리비서관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각 계에서 불협화음이 여전한 상태다. 일각에선 역사적 의미가 큰 공간의 '격'이 하락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일엔 대통령실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이 청와대 현장 시찰을 벌이고 활용안 마련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