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폭염·폭우…기후 변화에 경제 손실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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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자연재해 피해 85조원…지구 온난화 기상이변 탓"
농작물 작황 타격…한국도 무더위·집중호우에 물가 걱정↑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경제적 손실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년보다 강해진 폭염은 지구촌 경제의 추가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는 폭우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더위와 장마에 이어 기록적인 폭우로 물가 걱정이 한층 커졌다. ◇ 기후변화의 값비싼 대가…"상반기 경제 손실 85조원"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경제적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독일 뮌헨재보험(Munich Re)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은 650억 달러(약 84조8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천50억 달러보다 적지만 지구촌을 덮친 폭염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폭우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경제적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미국은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대류성 폭풍 등으로 28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20억 달러, 유럽에선 1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규모가 큰 상위 5개 자연재해는 ▲ 3월 16일 일본 강진(88억 달러) ▲ 2~3월 호주 홍수(59억 달러) ▲ 2월 유럽 겨울 폭풍(52억 달러) ▲ 5월 중국 홍수(39억 달러) ▲ 4월 미국 대류성 폭풍(31억 달러)이었다. 상반기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약 4천300명으로 작년 동기의 1.9배에 달했다.
이중 약 1천200명은 지난 6월 22일 규모 5.9의 지진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사망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0년대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970년대보다 7.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토르스텐 예보렉 뮌헨재보험 이사는 "상반기 자연재해는 기후 관련 재앙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 폭염·가뭄·폭우 강해지고 잦아진다…경제에 악재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르텐 반 알스트 적십자 기후센터장도 지난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유럽의 폭염과 관련, "기후 위기로 폭염은 새로운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에른스트 라우흐 뮌헨재보험 수석 기후과학자는 "기후변화의 강력한 영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 4일 '최근 글로벌 폭염 확대에 따른 세계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가 세계 경제에 추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차질, 전력 부족, 생산 차질, 식량 부족의 위험을 더욱 확대해 세계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폭염으로 철로가 휘고 화재가 발생해 철도 운행이 중단됐으며, 한 공항의 활주로가 녹아 항공기 운항이 수 시간 멈추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원자로 냉각에 쓰이는 강물 온도가 올라 전력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온다.
독일에선 물류 뱃길인 라인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석탄 운송량이 줄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심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라인강의 낮은 수위가 한 달간 지속할 경우 독일 산업생산이 약 1% 감소할 것이라고 현지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전망했다.
반면 파키스탄에선 이례적인 장기간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폭염으로 전 세계 총 노동시간이 2.2%,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조4천억 달러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생산성 감소는 정규직 일자라 8천만개를 잃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폭염을 겪는 미국의 경우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화씨 1도 높을 때 연간 경제성장률이 0.15~0.2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식량가격 상승세 둔화 속 먹거리 불안 지속…한국도 걱정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기상 이변으로 먹거리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지난달 140.9포인트로 전달보다 8.6% 떨어졌다.
넉 달 연속 하락이지만 1년 전인 작년 7월보다는 13.1%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국제 식량 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기후 변화는 여전히 큰 위협 요인이다.
미국은 물론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물 작황이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폭염과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았다.
7월 소비자 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오른 가운데 농산물 가격 상승 폭은 8.5%로 더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폭염이 지속될 경우 농축산물 등 서민 경제와 관련이 높은 식탁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중부 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농작물 작황 타격…한국도 무더위·집중호우에 물가 걱정↑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경제적 손실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년보다 강해진 폭염은 지구촌 경제의 추가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는 폭우로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더위와 장마에 이어 기록적인 폭우로 물가 걱정이 한층 커졌다. ◇ 기후변화의 값비싼 대가…"상반기 경제 손실 85조원"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경제적 대가를 크게 치르고 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독일 뮌헨재보험(Munich Re)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가 자연재해로 입은 손실은 650억 달러(약 84조8천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천50억 달러보다 적지만 지구촌을 덮친 폭염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폭우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경제적 피해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미국은 토네이도와 같은 강력한 대류성 폭풍 등으로 280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220억 달러, 유럽에선 1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규모가 큰 상위 5개 자연재해는 ▲ 3월 16일 일본 강진(88억 달러) ▲ 2~3월 호주 홍수(59억 달러) ▲ 2월 유럽 겨울 폭풍(52억 달러) ▲ 5월 중국 홍수(39억 달러) ▲ 4월 미국 대류성 폭풍(31억 달러)이었다. 상반기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약 4천300명으로 작년 동기의 1.9배에 달했다.
이중 약 1천200명은 지난 6월 22일 규모 5.9의 지진이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사망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0년대 기후 관련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1970년대보다 7.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토르스텐 예보렉 뮌헨재보험 이사는 "상반기 자연재해는 기후 관련 재앙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 폭염·가뭄·폭우 강해지고 잦아진다…경제에 악재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폭염이나 폭우, 가뭄 등 기후 재난이 잦아지고 그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마르텐 반 알스트 적십자 기후센터장도 지난 5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유럽의 폭염과 관련, "기후 위기로 폭염은 새로운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고 말했다.
에른스트 라우흐 뮌헨재보험 수석 기후과학자는 "기후변화의 강력한 영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 4일 '최근 글로벌 폭염 확대에 따른 세계 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가 세계 경제에 추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황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폭염 현상은 물류 차질, 전력 부족, 생산 차질, 식량 부족의 위험을 더욱 확대해 세계 경제 성장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폭염으로 철로가 휘고 화재가 발생해 철도 운행이 중단됐으며, 한 공항의 활주로가 녹아 항공기 운항이 수 시간 멈추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원자로 냉각에 쓰이는 강물 온도가 올라 전력 생산 차질 우려가 나온다.
독일에선 물류 뱃길인 라인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석탄 운송량이 줄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심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라인강의 낮은 수위가 한 달간 지속할 경우 독일 산업생산이 약 1% 감소할 것이라고 현지 키엘세계경제연구소는 전망했다.
반면 파키스탄에선 이례적인 장기간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경제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폭염으로 전 세계 총 노동시간이 2.2%,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조4천억 달러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생산성 감소는 정규직 일자라 8천만개를 잃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폭염을 겪는 미국의 경우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화씨 1도 높을 때 연간 경제성장률이 0.15~0.2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식량가격 상승세 둔화 속 먹거리 불안 지속…한국도 걱정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기상 이변으로 먹거리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지난달 140.9포인트로 전달보다 8.6% 떨어졌다.
넉 달 연속 하락이지만 1년 전인 작년 7월보다는 13.1%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와 가격 급등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국제 식량 가격 하락 요인이지만 기후 변화는 여전히 큰 위협 요인이다.
미국은 물론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대두 등 농산물 작황이 악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폭염과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았다.
7월 소비자 물가가 작년 같은 달보다 6.3% 오른 가운데 농산물 가격 상승 폭은 8.5%로 더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폭염이 지속될 경우 농축산물 등 서민 경제와 관련이 높은 식탁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 중부 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는 등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