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지역서 사는 도마뱀, 조로증 걸린 새끼 낳는다"

프랑스 연구진 분석…"기후변화, 생물 멸종에 영향"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지역에 서식하는 도마뱀이 늙은 유전자를 지닌 새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 연구팀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프랑스 중부 마시프상트랄 고원지대에 사는 '태생 도마뱀'(viviparous lizard)을 10여 년간 관찰한 결과, 열에 노출된 모집단에 속한 암컷의 염색체 구성 조직인 텔로미어(Telomere)가 뭉툭해진 상태로 유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텔로미어는 천 조각의 가장자리를 감싸는 밑단처럼 염색체의 나머지 디옥시리보핵산(DNA)을 에워싸 DNA가 닳거나 엉키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개체의 나이가 들수록 마모돼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짧아져 '생명의 시계'로도 불린다. 연구진은 도마뱀의 눈에서 추출한 혈액과 꼬리에서 떼어낸 조직 일부를 조사한 결과 온난화를 포함한 스트레스 요소들이 텔로미어를 짧아지게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렇게 짧아진 텔로미어를 갖고 태어난 도마뱀 대부분은 생식을 하기 전까지 원상태로 회복하지 못했고, 이 특성을 다음 세대로 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에 걸처 노화한 DNA가 유전되면서 결국 멸종하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안드레아스 뒤푸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체가 약 5㎝까지 크는 태생 도마뱀은 번식할 때 알을 낳기도 하고 새끼를 바로 낳기도 한다.

서식지는 유라시아 대륙이고, 주로 추운 기후에 적응해 살아왔기에 고온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진화생물학자인 헤르만 오리사올라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매우 걱정스러운 현상이 확인됐다"며 기후위기가 심각한 지역에 사는 동물이 멸종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태생 도마뱀은 비교적 강인한 종이지만, 파충류 가운데 5분의 1 정도는 멸종 위기에 있다고 본다.

특히 거북과 악어가 생존에 위협을 받는 동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최근 4년간 바다거북 알이 모두 암컷으로 부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뒤푸는 "텔로미어 길이 측정은 생물학자가 곤경에 처한 동물 종을 파악하고,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