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샀는데…'S-OIL' 줍줍한 개미들 어쩌나
입력
수정
유가 하락에도 웃을수 있을까?종목 집중탐구
지난 5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6개월 만에 9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원유 재고가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이 유가를 끌어내렸습니다.하지만 개인들은 또 한 번 공포에 베팅했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OIL(765억원)이었습니다. 국민주 삼성전자(707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S-OIL에 쏟아부었습니다. 곳곳에서 제기되는 어두운 전망에도 불구하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은 간만에 8만원대로 주저앉은 S-OIL을 노린 셈입니다.
줍줍에 나선 개미들은 공포에 베팅한 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을까요? 회사 측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줍줍나선 개미들
지난 2월 말 8만4500원에 불과하던 S-OIL 주가는 석 달만에 36% 급등했습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선을 뚫고 고공행진을 펼친 덕분입니다.'고유가' 수혜를 입은 S-OIL은 지난 2분기 사상 최대 이익을 냈습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1조4424억원, 영업이익 1조7220억원, 순이익은 1조14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의 약 84%는 정유 부문에서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날 것의 원유를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한 실적을 뜻합니다. S-OIL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온 원유를 증류, 불순물 제거 등의 과정을 거쳐 LPG, 휘발유, 등유, 항공유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을 '정제'라고 합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S-OIL은 하루 67만배럴의 원유정제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있습니다.회사의 이익을 좌우하는 것은 '정제 마진'입니다. 휘발유, 경유 등의 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운영비, 수송비 등을 뺀 금약을 뜻합니다. 어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마진이 높을수록 당연히 회사의 이익이 늘어나겠죠.
이런 정제마진이 2분기에 배럴당 21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과거 5년 평균 정제 마진이 2.5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수익성이 크게 높아진 셈입니다.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이유입니다.
유가·정제마진도 내리막
하지만 주가는 6월 10일 연고점(12만1500원) 이후 현재 약 30%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고점을 찍은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든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국제 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으로 회귀했습니다. 현재 WTI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 2월 24일 92.81달러를 밑돌고 있습니다. 전쟁 공포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려 왔었습니다. 유가가 안정을 찾으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단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시장에 드리운 배경이기도 합니다.국제 유가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3분기 북해산 브랜트유의 평균 가격 전망을 배럴당 140달러에서 110달러로 크게 하향 조정했습니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S-OIL의 실적을 끌어올렸던 정제마진도 하락세입니다. 20달러를 웃돌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10.5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마진이 축소되고 있는 만큼 S-OIL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9075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65%가량 증가한 수치이지만 전분기(1조7220억원) 대비 47% 감소한 수준입니다. 작년 2분기(5710억원) 대비 3분기(5494억원) 영업이익이 4%가량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3분기 들어 실적이 확연히 쪼그라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264억원 수준입니다.
반등 이뤄질까
S-OIL 측은 "최근 정제마진 급등은 전세계적으로 정제 설비 부족현상이 표면화한 증거"라며 "향후 3년내 예정된 신규 설비 공급 시장에 점진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2024년 후로는 가시화된 신설 계획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준수한 수준의 정제마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정제 마진 하락세가 급격해보이지만 조정 후 반등을 이뤄낼 것이란 분석도 내놨습니다.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불안한 원유 공급 상태로 인해 연말께 다시 유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9월 원유 증산량을 전달의 15% 수준에 불과한 하루 10만 배럴로 결정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측면 이슈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10월에 종료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공급 이슈가 재부상할 전망도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순이익의 30%를 쏜다' 배당주 매력↑
다만 가파른 유가 상승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S-OIL 주가 역시 큰 반등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S-OIL의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빠진 상황에서 발빠른 개미들이 순환매에 나선 모습"이라며 "작은 반등으로 인한 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종목"이라고 평가했습니다.주가 상승 기대감 이외에도 높은 배당성향 덕에 배당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종목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회사 측은 최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연간 순이익의 30%를 계획대로 배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 지난 4일 주당 2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간 배당 수익률은 7~8%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높은 배당수익률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매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S-OIL 프로필(8월10일 종가 기준)
현재 주가: 8만6800원
PER(12개월 포워드): 5.31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4조5497억원(전년 대비 112.51%)
목표주가: 15만(3개월전)→13만5000원(현재)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