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단체관광객 오기만 하면 증발…제주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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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메카'로 전락한 제주도제주도에 입도한 대규모의 해외 관광객이 잠적하는 일이 수차례 반복됐다. 제주도가 외국인들에 관광을 통한 '불법체류 우회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 지난 4월 제주도 무사증 입국이 재개되고 벌써 두 번째다.
지난 7일 제주를 방문한 태국 단체관광객 280명 중 55명이 하룻밤 새 증발했다. 이들은 8월 2일부터 5일 사이 전세기 상품을 통해 제주도 단체 여행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객 중 30%가 사라지고 나서야 제주도 측은 "사태와 소재 파악에 즉시 나서겠다"는 늑장 답변을 내놨다. 아직 이들 55명의 소재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청소업체 등에 취업했거나, 출도를 시도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에도 똑같은 사건을 겪은 바 있다. 7월 22일 무사증을 통해 제주를 찾은 몽골 단체관광객의 156명 중 25명이 잠적했다. 이들은 제주관광공사에서 대대적으로 주최했던 '의료 관광상품' 참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관광공사는 해당 상품을 사전에 몇 차례나 홍보했음에도 참여자들의 '잠적 사태'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사라졌던 몽골 관광객들 중 2명은 제주도 내 한 청소용역업체에서 일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또 다른 1명은 입국 직후 제주항여객터미널에서 목포행 여객선을 이용하려다 출도 심사 과정에서 붙잡혔다. 나머지 잠적 인원의 소재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당시에도 20명 이상이 자취를 감출 동안 관광공사나 제주도 측에서는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적·불법체류 사건이 계속 반복되자 제주도 내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법무부는 제주에도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대한민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112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현지에서 출발 전 여행 허가를 받게끔 한 제도다. 작년 9월 도입을 시작했다. 현재 전자여행허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국내선 제주도가 유일하다. '국제 관광도시'로 지정된 제주도의 특성을 감안해 적용을 면제했다. 하지만 비자 없이 관광이 가능한 무사증 입국이 다시 시작되며 불법체류가 큰 문제로 떠올랐다. 태국 등에서 사전 검증 절차 없이 입국할 수 있게 돼 제주도가 외국인 불법 체류 우회로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와 제주도 측은 전자여행허가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 이후 이제 겨우 외국인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는데, 여행허가제가 도입되면 그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제주도 측은 "갑작스러운 제도 도입은 제주 관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무사증 입국의 취지도 퇴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주 법무부를 방문해 추가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제도 시행을 미룰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