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 관세' 내렸다는데 커피값은 그대로?…이유 알아보니

소비자 체감효과 미미
카페업계 "관세인하 30원에 불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최근 원두 관세를 내렸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페 업주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원두값 상승폭이 커 세금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실제 커피값에선 원두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다른 인상 요인이 많아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원두 수입가격은 1㎏당 7221원으로 5월(7284원)~6월(7249원)보다 소폭 내렸다. 농식품부는 “수입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 조치들의 효과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7월20일부터 수입 때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 관세가 적용된 만큼 8월에는 생두 수입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앞서 농식품부는 6월 커피 생두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한 데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커피 원두에 할당 관세 0%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원두 가격이 뛰자 '생활필수품'으로 꼽히는 커피 가격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세금 혜택을 준 것이다. 당시 할당 관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38억7000만원의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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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 “최근 원두 관세 인하분을 충실히 반영한 유통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원두 공급업체들은 이달부터 원두 가격을 ㎏당 1000~6000원가량 올렸다. 원두 관세 인하분이 반영됐다면 공급가가 내려야 하지만 도리어 인상된 셈. 대중적 품질의 원두가 1㎏에 2만3000원 정도에 공급되던 점을 감안하면 최대 26%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공급업체들은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세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은 기존 재고를 소진하기까지 몇 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걸려 곧바로 판매가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공급업체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 유통되는 생두나 원두는 가격이 오른 후 수입한 제품들이라 인하액이 반영되려면 몇 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몇 개월 뒤에도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가에 유의미하게 반영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의 부가세 인하, 할당 관세 혜택을 받는 주요 업체로부터 생두를 구매하는 카페들이 커피 가격을 내려야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라서다.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원두 1㎏으로 평균 60잔 정도 커피를 내렸을 때 한 잔당 원두값은 380~480원가량 된다. 우유, 설탕 등 다른 원재료값도 급등한 데다 포장비, 아르바이트 비용 등 기타 비용이 인상된 점까지 따졌을 때 가격을 떨어뜨리긴 힘들다고 카페업계는 항변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따져보면 관세 인하 혜택은 3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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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하 혜택이 사실상 중복 혜택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은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콜롬비아·베트남·유럽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또한 부가가치세 면세의 경우 생두만 대상으로 해 '볶은 원두'를 수입하는 스타벅스, 커피빈 등 일부 커피 업체는 혜택을 볼 수 없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 사장(42)은 ”최근 공급업체에서 원두 가격을 1kg당 5000원 인상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며 ”최근 소비자가를 소폭 올린 데다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도 커서 한 잔당 들어가던 샷 수를 2샷에서 1샷으로 줄여 대응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