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국민연금, 재정추계하다 아까운 시간 다 보낼 건가

정부가 어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본격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의 장기재정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 국민연금 운영에 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5년마다 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내년 3월까지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마치고 하반기에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지난 6월 밝혔다. 하지만 당시에도 ‘내년 하반기 개편안 마련은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제야 착수하겠다는 것도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추계 작업이라도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큰 방향에서 변화할 여지도 없다. 출산율·사망률 등 인구구조, 경제성장률 등을 보면 급속한 기금 고갈과 적자 누적은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제 국회에서 열린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 방향’ 토론회에서도 국민연금의 미래 전망은 더 암울해졌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발표에선 국민연금 기금 고갈 예상 시기가 2018년 당시 4차 추계 때보다 1년 앞당겨진 2056년으로 전망됐다. 70년 뒤 누적적자 예상도 당초 1경7000조원에서 2경2650조원으로 5600조원(약 33%)가량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 개혁을 포기한 결과, 누적적자 예상치가 4년 만에 3분의 1이나 더 증가한 것이다. 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기금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연금 개선안을 도출할 환경은 나빠지고 있다. 연금 개혁을 이끌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홍으로 지도부가 와해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여소야대는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까지 떨어져 연금 개혁 동력 상실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지 않고, 지난 6월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로 창구를 일원화한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더 내고 덜 받을 수밖에 없는 연금 개혁의 불가피성은 이제 국민도 이해한다. 다만 2024년 총선 등 정치 일정상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등 작업을 크게 앞당기고 개혁안 도출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