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꽁꽁 얼어붙자…'우회상장 통로' 스팩은 역대급 활황

벌써 20곳…역대 최대 넘을 듯
수요예측 경쟁률도 1103대 1

깐깐한 평가 없이 증시 입성
부실 기업들 악용 우려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활황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이 급증한 결과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수요예측이 없는 등 절차가 간단해 직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속속 우회 상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기업은 역대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스팩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한 기업은 이날까지 20곳에 이른다. 여기에 심사 승인을 받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팩이 12곳, 심사 청구를 한 스팩은 6곳이다.

하반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스팩까지 고려하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기업은 역대 최대를 기록한 2015년의 45곳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활용해 비상장사를 우회 상장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우선 공모를 통해 기관 및 일반인의 자금을 모아 스팩을 상장한 뒤 스팩이 나중에 비상장사를 합병하는 방식이다. 기술력과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기업을 빠르게 증시에 상장시켜 적기에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올해 IPO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자 스팩이 비상장 기업의 우회 상장 통로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스튜디오삼익은 직상장과 스팩 합병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다 최종적으로 스팩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은 일반 상장과 달리 외부 기업설명회 등 공모 절차를 밟지 않는다. 합병비율 및 가액은 자산과 수익 등 절대적 가치를 기반으로 결정된다. 예비 상장 기업에는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따른 헐값 상장이나 상장 철회 등의 위험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하자 일반 상장보다는 스팩 합병을 문의하는 회사가 증가했다”며 “증권사도 다양한 공모 규모의 스팩을 상장시켜 대비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스팩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스팩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투자자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스팩의 평균 경쟁률은 1103 대 1에 달했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 552 대 1의 두 배다.

일각에선 과도한 스팩 상장이 부실기업의 우회 상장 통로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량 기업은 스팩 상장보다는 일반 IPO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업종이나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스팩 합병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올해 다수의 신규 스팩 상장이 이뤄지면서 합병 대상을 찾으려는 증권사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칫 스팩 합병 대상이 부실기업으로 넓어질 수 있다”며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팩이 난립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