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주택' 서울서 사라진다…"건축 전면불허"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 상가 지하가 침수돼 펌프로 물을 퍼내고 있다. 사진=뉴스1
기록적인 폭우에 반지하 주택 침수가 잇따르고 인명피해도 발생하자 서울시는 지하·반지하는 사람이 사는 '주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0일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이런 내용의 안전대책을 발표했다.시에 따르면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다.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호의 지하·반지하가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건축법 11조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다.

2012년 이런 조항이 시행된 뒤에도 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을 불문하고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번 주 중으로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할 계획이다.또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한다. 기존에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을 없애는 제도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근린생활시설, 창고, 주차장 등 비주거용으로 전환할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곳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또한 시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 우려 구역을 대상으로 모아 주택,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빠른 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해당 지역의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거주하는 기존 세입자들은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바우처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달 내 주택의 3분의 2 이상이 지하에 묻혀있는 반지하 주택 약 1만7천호 현황을 먼저 파악해 대책을 마련한다. 이후 시내 전체 지하·반지하 주택 20만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단계(1∼3단계)를 구분해 관리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